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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설교도 허가받으라”

등록 2006-12-28 15:00 수정 2020-05-02 19:24

요르단은 사원 통제·튀니지는 니캅 금지… 아랍은 무슬림 탄압 중?

▣ 암만=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이슬람 국가의 무슬림 탄압?’

요르단 의회는 지난 9월24일 이슬람 진영을 ‘통제’하는 일련의 법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요르단 왕국 내 (이슬람) 사원이 극단주의적 사상을 퍼뜨리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개정된 주요 규정은 이렇다. 우선 온 나라 이슬람 사원에서 진행되는 금요예배 설교는 사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원이나 이슬람 관련 기관에서 진행되는 종교 교육이나 세미나 등에 대해서도 주제와 강사에 대해 역시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이슬람 사원의 새로운 설교자는 물론 사원 내에서 쿠란을 가르치는 교사 역시 사전에 정부의 서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 정부에서 인정한 이슬람위원회 외의 개인이나 단체는 이슬람법 해석(파트와)을 내릴 수 없도록 했다. 관련 법을 위반한 경우는 구속 또는 한국 돈으로 14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했다.

현재 요르단에는 4천여 개의 이슬람 사원이 있다. 이슬람 사원에 대한 지원과 통제는 정부의 몫이다. 요르단 정부는 이슬람 성직자(이맘) 임명권과 금요예배 설교자 임명권을 행사하고 있다. 금요예배 설교가 가능한 설교자의 수는 800명에 이르지 못한다. 이 문제에 대해 이슬람 종교부 관계자는 “금요예배 설교자는 중요하다. 무슬림 예배자의 수준을 고려할 때 그에 걸맞은 품격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 설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설교 지침서까지 마련해 이슬람 성직자들이 ‘바른’ 설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다.

요르단 정부의 ‘극단주의’ 견제 정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성직자들은 물론 이슬람 지도자들도 이제는 ‘유니폼’을 입고 다녀야 한다. 그동안은 개인의 재량일 뿐이었다. 이맘들은 하얀색 셔츠와 바지, 머리 덮개 ‘타키야’를 착용하게 된다. 압둘 파타 살레 이슬람 종교부 장관은 “어떤 성직자들이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에서 이슬람 성직자의 품위를 유지하려는 조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형태의 이슬람 탄압의 전형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다.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히잡(스카프)은 무슬림 여성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아랍 국가에서는 여성들이 외출할 때 히잡을 착용하도록 강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금지하는 아랍 국가들도 있다.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튀니지가 대표적이다. 튀니지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공공장소에서 눈만 내놓은 여성 전통 복장인 ‘니캅’ 착용을 금지해왔다.

이런 움직임은 이집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집트 정부는 니캅을 한 여성 앵커의 텔레비전 출연을 금지했다. 카이로 근교 헬완대학을 비롯한 일부 대학에선 안전을 이유로 기숙사 여학생들의 니캅 착용을 금지했고, 친정부 성향이거나 관영·반관영 언론 매체에서는 니캅 착용을 금지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11월16일 파루크 호스니 이집트 문화부 장관의 ‘히잡 발언’을 둘러싼 논쟁도 일고 있다. 그는 이집트 일간 과 한 인터뷰에서 ‘이집트에서 히잡(이집트에서는 ‘히갑’이라 부른다)을 쓰는 여성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이집트 정부는 “장관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호스니 장관의 발언이 이집트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당연히 “정부가 지나치게 이슬람계를 통제하려든다”는 반발이 적지 않다. ‘이슬람행동전선’이나 ‘무슬림형제단’ 같은 이슬람계 야당과 재야 진영은 “정부는 시온주의자들과 미국을 즐겁게 하느라 저항과 투쟁을 말하는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심을 따르자니 국익이 울고, 국익을 따르자니 민심이 요동친다. ‘반테러’란 명분이 어느새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도 유용한 정권 안보의 수단이 돼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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