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5월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중심가 톈탄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 2026년 5월14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은 130분가량 이어졌다. 2025년 10월30일 한국 김해공항 공군기지의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약 100분 만에 끝났다. 그때와 지금, 길지 않은 기간에 국제정치의 역학이 달라졌다. 회담장에서 시진핑 주석은 한껏 여유를 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 11월에도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때와 지금, 미국도 중국도 달라졌다.
2017년 중국 수출의 19%는 미국 몫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토대다. 2025년 말 중국의 미국 시장 의존도는 11%까지 줄었다. 미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유럽연합(EU)에 제1, 2위 시장 지위를 내줬다. 2017년 중국은 미국산 제품의 제1위 수입국이었다. 2025년 말 현재 중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은 미국산 제품의 제3위 수입국이 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양국 간 무역총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다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5월13일 자오시쥔 중국 인민대학 교수의 말을 따 “중국 제조업체는 제3국을 이용한 공급망 확대를 통해 미국의 관세를 우회할 수 있게 됐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의 무역정책 변화 속에 직접적인 양자 무역 통계론 잡히지 않을 뿐”이라고 짚었다. 2017년에 견줘 중국이 더 유리해졌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였다. 관세뿐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기술, 특히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에 나섰다. 뒤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아예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3월24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혁신을 촉발했다”고 짚었다. 실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시작된 시점에 10~15%에 그쳤던 중국 내 자국산 반도체 및 장비의 시장 점유율은 2025년 말 35%까지 치솟았다.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은 4월3일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중신궈지(SMIC)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16% 늘어난 93억달러(약 13조9천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026년 5월8일 아라비아해에 정박 중인 미국 해군 트리폴리 강습상륙함에서 병사들이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낙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같은 기간 중국은 미국에 대한 에너지와 금융 분야 의존도도 대폭 줄였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의 자료를 보면, 2025년 말 현재 중국의 전략비축유는 약 14억배럴에 이른다. 미국·일본·한국·인도 등 8대 주요 비축국의 비축유 총량보다 많은 압도적 세계 1위다. 중국은 2030년까지 에너지 수급에서 비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25%까지 높이기로 했다. 중국은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대국이기도 하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중국이 점하고 있다. 희토류는 중국의 ‘호르무즈’다.
달러화 패권을 무기로 한 미국의 일방적 압박외교도 효능감이 갈수록 떨어진다. 미국 국무부는 5월1일 헝리집단 등 5개 중국 정유업체를 이란산 원유 거래에 관여한 이른바 ‘그림자 선단’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중국 상무부는 5월2일 “미국의 제재에 대해 종합 평가를 한 결과 ‘부당한 역외 적용’ 상황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해당 기업에 미국 제재의 승인·집행·준수를 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2021년 도입한 ‘외국 법률 및 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차단 방법’의 첫 시행 사례다. 국제거래의 기축통화인 달러화 체제를 앞세워 이란과 러시아 등에 부과한 미국의 일방적 제재 체제를 중국이 정면으로 들이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로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를 받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과) 긴 대화를 나눌 것이다. 논의할 내용이 많다. 이란 문제가 주요 의제라곤 말하지 않겠다. 이란은 미국이 적절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2일 방중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긴 대화’를 나누겠다면서도, ‘주요 의제’가 아니란 말은 뭘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5월13일 베이징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금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이란 전쟁은 거대한 불안정 요소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하는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중국의 국익에도 중요하다. 중국이 이란 전쟁의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문제에서도 ‘카드’를 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5월6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자,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급진전하던 때다. 아라그치 장관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문제는 조속히 해결할 수 있다. 이란은 중국을 신뢰하며, 중국이 종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전면적인 전쟁 중단이 시급하다. 호르무즈해협의 정상적이고 안전한 통항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교전) 당사자들이 신속하게 대응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이란의 약속을 높이 평가하며, 이란이 핵에너지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2026년 5월6일 베이징을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같은 날 미국 정치 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양해각서 내용은 기존에 언급된 게 대부분이다. 먼저 우라늄 농축 문제가 있다. 협상 초기 미국은 향후 20년간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은 중단 기간을 5년으로 제시했다. 액시오스는 “양국이 농축 중단 기간을 12~15년으로 정하는 쪽에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국외 동결자산 해제,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 문제도 언급됐다. 액시오스는 “레바논을 포함한 중동 일대에서 교전을 멈추고, 30일 안에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핵개발 제한 및 제재 해제 문제를 일괄 매듭짓는 협상을 타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30일 협상 기간에 호르무즈해협은 점진적으로 개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5월10일, 이란 쪽은 미국이 제안한 ‘14개 항목’의 종전 협상안에 대한 역제안을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 쪽에 전달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의 5월10일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쪽은 약 440㎏으로 추정되는 60% 이상 농축한 무기급 우라늄의 일부는 희석해 핵연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반출하자고 제안했다. 이란 쪽은 그간 고농축 우라늄 전량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아래 희석해 핵연료로 쓰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반면 미국 쪽은 전량 자국으로 반출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란 쪽이 타협안을 제시한 셈이다.
“이란의 이른바 ‘대표단’이 보내온 답변을 방금 읽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렇게 밝혔다. ‘격노’의 이유는 구체적이지 않다. 전쟁의 목적만큼, 종전의 조건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전쟁의 휴전은 생명유지 장치에 맡겨진 상태다. 의사가 병실로 와서 ‘환자의 생존 확률은 1%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언제든 공습과 폭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위협인 셈이다. 이에 맞서 모하마드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엑스에 “미국의 추가 공세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 미국에 가르침을 줄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미국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만 커질 뿐”이라고 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5월14일 오후 수도 베이징의 톈탄공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REUTERS
“이란 전쟁이 외교, 정보, 군사,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에 전략적 이득을 안겼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5월14일 댄 케인 합참의장에게 보고된 기밀 보고서 내용을 따 이렇게 전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직후부터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걸프 연안 국가에 무기를 수출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으로부터 걸프 지역 미군기지와 원유 기반시설 방어에 애먹었다”며 “중국은 걸프 국가는 물론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위기에 처한 각국을 지원하면서 외교적 성가도 올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탄약 비축량은 바닥을 쳤다. 대만을 두고 중국이 모종의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국으로선 맞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의 역공으로 중동 일대에서 미군 장비와 시설도 파괴됐다. 중국으로선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과 그 약점을 학습할 기회가 됐다. 보고서는 “중국은 이란 침공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비판한다. 국제질서의 책임 있는 수호자란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이란 침공을 미국의 호전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국제질서의 균형추가 옮겨갔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스스로 선택한 전쟁을 지속할 수도, 끝낼 수도 없다. ‘우리가 아는 미국’이 아니다. 2026년 5월 미-중 정상회담은 달라진 미국, 달라진 중국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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