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font color="#C21A1A"></font>과 <font color="#C21A1A"></font>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김성근 특집 기사가 실렸다.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닌 김성근 감독과 한화 이글스였던 만큼 기사 가치는 충분했다. 스포츠 지면답게 승패를 가리자면 의 완승에 가까웠다. 이 천관율과 최민규 기자를 앞세워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낸 반면, 메인 기사인 야구전문가·애호가 5명의 대담은 끝까지 다 읽기 힘들 정도였다.
야구는 기록과 통계의 스포츠이지만 대담에서 김성근을 옹호하기 위해 나온 말은 ‘눈빛’이니 ‘의지’니 하는 온통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정말로 패배의식이 사라졌고 눈빛이 달라졌다면 2015년 후반기 성적 몰락은 다시 패배의식이 생겼고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는 이야기로밖에 설명 되지 않는다. 그 밖에 야구 게시판에서 누군가 주장했다면 ‘어그로’란 이야기를 들었을 법한 미신에 가까운 김성근 찬양이 여과 없이 대담에 담겼다.
밖에서 보기에 는 ‘친(親)김성근’ 쪽 언론사였다. 특집 대담 내용도 그랬고, 한 논설위원은 아예 ‘김성근의 한화, 박근혜의 한국’이라는 칼럼을 써 김성근을 치켜세우며 박근혜를 비판했다. 김성근이 한화에 부임하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이 달라졌고 경기 내용이 독해졌다는 내용이었다. 김성근의 리더십을 칭찬하며 박근혜를 깎아내렸지만 불통과 권위주의 리더십은 다를 게 없었다. 자꾸 를 언급하는 건, 같은 진보 언론마저 김성근 신화에 일조해왔기 때문이다. 는 김성근에게서 재일동포 출신 소수자 정서를 발견했는지 모르지만, 그보다 앞서 지적했어야 하는 건 한국에 열 자리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의 전횡과 권위적 소통 방식이었다. 그의 성과를 찬양하기 전에 그 밑바탕에 전병두나 이동현, 마데이 같은 선수들의 일방적 희생이 있었다는 걸 말해야 했다. 라면 그래야 했다.
김성근이 한화의 새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앞으로 각오하라며 선수들 정신 차리게 바짝 굴려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팀의 간판선수 정근우는 가족여행을 취소하고 훈련에 참여해야 했고, 펑고를 받느라 온몸이 흙투성이가 돼 쓰러진 그의 사진은 유머 정도로 소비됐다. 구단(회사)의 일방적인 훈련 계획으로 가족여행을 취소한다는 것, 정도를 넘어선 훈련량 등에 문제 제기를 할 만도 하지만 어떤 언론도 이를 다루지 않고 ‘정신력 개조’ 따위로 미화했다.
한화의 김성근은 ‘적폐’ 그 자체였다. 비밀스럽고 일방적인 의사결정 과정, 자신만이 옳다는 사고방식, 근시안적 운영, 선수를 소모품쯤으로 보는 시각, 비상식적인 선수 기용과 혹사 등 그의 나쁜 특성은 한화에서 극대화됐다. 그가 물러났으니 적폐는 청산된 것일까? ‘우리 안의 김성근’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만약 한화 이글스가 지금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면 그가 감독 자리에서 내려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비정상이라 말하는 훈련 방식은 특별함으로 포장돼 여전히 찬양받고 있을지 모른다. 김성근의 훈련 방식에 환호했던 이들이 이제 그의 경질 소식에 환호한다. 김성근은 변한 게 전혀 없다. 변한 건 성적뿐이다. 성적에 따라 그는 야신이 됐다가 적폐가 됐다. 우리 안의 김성근을 지우는 게 먼저다.
김학선 스포츠 덕후 겸 음악평론가<font color="#00847C">*지극히 편파적 스포츠 비평인 ‘김학선의 야무진 빠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font>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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