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노 젓는 모습. 김선식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린 7월12일, 아침 6시30분 집을 나섰다. 전날 저녁부터 굶었다. 지하철을 타는 내내 컵라면이 생각났다. ‘꾹 누르고’ 편의점을 지나쳐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모름지기 운동이란,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과 단절이다. 단절 없이 변화 없다. 오랜만에 찾아온 낯선 생각. 역시 공복 상태야말로 최고의 각성제다.
새로 들여놓은 운동기구가 보였다. 음파진동 운동기구. 둥그런 발판에 올라서면 눈높이에 손바닥만 한 계기판이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이 준비운동 할 때 쓰는 기구로, 최근 국내에서도 ‘살 빼는 운동기구’로 각광받고 있다. 준비운동에 이 기구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발판에 올라서서 양손은 위로 올리고 허리를 편 상태로 무릎이 발가락보다 앞으로 넘어오지 않는 선에서 무릎굽혔다펴기(스쿼트) 10개를 한다. 바로 이어 1분 동안 뒤통수부터 발목까지 직선으로 만드는 엎드려뻗치기(플랭크) 자세를 바닥엔 팔꿈치를 대고 발판엔 발을 올리고 한다. 이렇게 3차례 반복. 코치 김완 디지털팀장이 계기판을 대강 맞췄다. 강도와 진동수 모두 12. 발판에 올라서면 진동을 미세하게 느낄 수 있는 강도이다.
준비운동부터 고비를 맞았다. 문제는 플랭크. 2세트부터 바닥에 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세한 진동. 그건 마라톤 선수의 신발 안에 들어간 큰 모래알 같은 것이었다. 슬슬 짜증이 났다. ‘불안정한 진동 상태를 버텨내려고 근육도 같이 미세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해서 운동 효과를 유발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아직 여유가 있다. 여유가 있어야 짜증이라도 난다.
이날 김완 팀장은 평소와 달랐다. 등에 생긴 담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무조건 재촉하기보단 현실을 일깨우는 추임새를 넣었다. “아직 20초밖에 안 지났어!” 힘이 더 빠졌다. 다시 또 “아직 20초나 남았어!” ‘이 사람 오늘 왜 이리 비관적이야….’
이날 와드(Workout of the Day·하루치 운동 종목)는 로잉(Rowing·노젓기) 3천m였다. 로잉 기구에 앉아 발판을 앞으로 밀면서 단소만 한 막대를 양손으로 힘껏 뒤로 잡아당기는 운동이다. 눈높이 계기판엔 한 차례 당길 때의 시간당 운동 효과(kcal/hr)와 현재 노젓기한 총거리(m)가 보인다.
첫 100m는 800kcal/hr 이상 최고 강도로 잡아당기고, 그다음 100m는 600Kcal/hr 수준으로 다소 낮은 강도로 잡아당기기를 반복해 3천m를 채워야 한다. 김완 팀장은 다리로 먼저 밀고 팔로 당길 것을 주문했다. “다리로 밀어! 다리로 밀어야지!” 그가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재촉하기 시작했다. ‘난 이미 다리로 밀고 있는데….’ 엉덩이가 뭉치고 배겼지만 일어서는 순간 중도 포기다.
‘으…악…으…악’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잡아당기니 끙끙대는 소리도 리듬을 탔다. 1천m를 돌파할 때만 해도 3천m 고지가 까마득했지만, 어느덧 마지막 100m가 남았다. “마지막은 1천(kcal/hr)까지 올려봐!” 코치의 주문대로 죽을힘을 짜냈다. 최종 기록 14분31초. 김완 팀장은 15분 안에 돌파했다며 사뭇 놀라는 표정이었다. 난 호흡도 간신히 할 만큼 지쳐 있었고 머리가 아팠다. 어떤 패턴 속으로 무아지경의 몰입. 거기에 어떤 짜증도 안도감도 뿌듯함도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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