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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 운동하고 7일 끙끙댔다

키만 이소룡, 몸집은 홍금보…‘저질체력’ 기자가 뛰어든 크로스핏의 세계
등록 2016-03-31 19:10 수정 2020-05-03 04:28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내 키는 171cm. 이소룡 키와 같다. 그는 영화 에서 219cm의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를 제압하지 않았던가. 고1 무렵 171cm이던 난 제발 더 크지 않기를 바랐다. 키는 그대로 멈췄지만 몸무게가 멈추지 않았다. 이소룡과 같은 키에 몸무게는 20kg 정도 무겁다.

운동에 관한 수많은 설이 있지만, 수년간 내 실천을 지배한 건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란 경구였다. 덕분에 내장 비만은 고도화되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급증했으며 낯빛과 눈빛은 탁해졌다.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생각만 맴돌던 차 크로스핏 체험 연재를 덜컥 물었다. ‘그래, 기사 마감하려면 운동해야지 별수 있겠어?’

크로스핏은 우리말로는 ‘고강도 복합운동’, 영어론 크로스트레이닝과 피트니스의 합성어다. 크로스핏 공식 홈페이지에선 체조, 역도, 달리기, 노젓기 등을 반영한 기능성 운동으로 소개한다. 일상생활이나 수렵생활에서 실제 하는 여러 형태의 단순 운동들을 다 하는 것쯤으로 이해했다.

고강도 운동이란 말에 지레 겁먹고 몸 상태를 진단받기로 했다. 3월8일 저녁 서울 갈현동에 있는 프리핏 스포츠재활센터를 찾았다. 장유태 센터장에게 허리와 왼쪽 어깨와 왼쪽 발목이 불편하다고 운을 띄운 뒤 물었다. “크로스핏을 하려고 하는데 하면 안 되는 운동이 있을까요?” “일단 테스트부터 해보고 얘기합시다.”

어깨 기능 테스트(나쁘지 않다), 좌우 힘 불균형 테스트(왼쪽이 약하다), 허리 정렬 테스트(불량하다·조금만 앉아도 허리 쪽 척추뼈가 밖으로 말려 튀어나온다), 누워서 호흡하기(주로 가슴으로 호흡한다·목근육에 긴장이 걸린다), 눈감고 한 발로 지탱하기(15초가 정상 기준인데 4초를 못 넘겼다) 등이 이어졌다. 장 센터장은 “다른 데는 생각보다 괜찮은데 허리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했다. 다시 물었다. “피해야 할 운동이 있을까요?” “오래 하는 것보다 집중해서 올바른 자세로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엉뚱한 근육을 쓰게 돼서 오히려 몸 균형이 망가져요.”

일주일 뒤, 서울 갈현동에 있는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첫 운동을 했다. 4년간 크로스핏을 연마해온 김완 디지털팀 팀장이 코치 역할을 맡았다. 김 팀장이 하루치 운동 종목을 뜻하는 ‘와드’(WOD·Workout Of the Day)를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16kg짜리 커틀벨(손잡이 달린 쇳덩어리) 들어올리기와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를 각각 10개, 15개씩 반복하는 운동이다. 제한시간은 단 7분. 제한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운동의 목표다.

체육관 정면 스톱워치를 7분으로 설정하고 김 팀장이 외쳤다. “시작! 고고고!” 두 번째 세트에 접어들자 팔굽혀펴기가 힘에 부쳤다. 엉덩이가 내려갔고 어깨와 왼팔 뒤쪽 근육(삼두근)이 뻐근했다. 배가 떨렸다. 김 팀장이 다시 외쳤다. “벌써 2분이나 지났어! 2분, 2분!!” 어쨌든 쉬지 않고 계속했다. 꾸역꾸역. 이번엔 “이제 2분 밖에 안 남았어! 2분, 2분!!”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다. 창간 22주년 특대호를 만들 때 22개의 예언력 퀴즈를 냈던 김 팀장과 마감을 독촉하는 편집장의 얼굴이 겹쳐 깜깜한 머릿속을 스쳐갔다. ‘내가 또 잘하지도 못하는 시간 싸움을 자청했구나….’

7분의 운동이 끝나고 7일 내내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누칠하기 어려웠다. 팔이 잘 올라가지 않을 만큼 삼두근이 당겼다. 누군가 지나가는 말처럼 좀 핼쑥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인 것 같았지만 웃지 못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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