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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강-화] 화나세요? 오늘 뭘 드셨나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저자 안병수의 ‘화난 음식이 화를 부른다’
등록 2009-04-09 17:12 수정 2020-05-03 04:25

암(癌). 바위 암(岩)자에 ‘병들어 기댈 역’을 씌워 만들어진 한자다. 오늘의 강연자인 안병수 후델 연구소 소장은 이 글자를 ‘화학물질, 정제당, 정제유지 등 세 개의 덩어리(口)가 산(山)처럼 쌓이면 병이 들어 암(癌)이 된다’고 해석했다. 암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오는 화의 근원도 그는 ‘화난 음식’에서 찾고 있었다.

안병수 후델 연구소 소장

안병수 후델 연구소 소장

안병수: ‘화난 음식’은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은 있어서 생겨난다. 먼저 ‘화난 식품 1호’로 규정될 수 있는 음식이 있다. 소시지. 주원료는 돼지고기가 아닌 닭고기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로는 발색제로 유명한 ‘아질산나트륨’이 있다. 가장 유해하다. 주로 보관 기간을 늘려주는 방부제의 역할을 하는 이 연백색 결정은 독성이 강하고 아주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유해한 합성착색료로 또 유명한 색소들이 있다. 보통 포장지 뒤에 ‘식용색소 O호’로 표시되고 있는 ‘타르색소’가 그것이다. 이 색소는 일단 생산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색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한번 착색하면 변색이 잘 안 된다. 또 소량만 써도 효과가 좋다. 하지만 우리 몸으로 들어가면 이 장점들은 돌이킬 수 없는 단점들로 바뀐다. 색소가 든 음식을 먹으면 그 색이 혀와 입천장을 지나 식도, 내장에까지 묻어난다. 그렇다면 천연색소가 대안일까? 합성색소보다는 낫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천연색소 중 ‘코치닐 색소’가 있다. 분홍색 분말의 형태로 입자가 곱다. 원료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벌레에서 나온다. 문제는 벌레 속에 있는 카르민산이라는 성분이다. 이는 두드러기·아토피를 유발하고, 변이온성 물질이기 때문에 장기 복용 때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아이들이 쉽게 마시는 색깔 있는 우유, 게맛살 등에 첨가한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화학물질 중 하나는 한국인의 감칠맛을 책임지는 ‘조미료’다. 백색의 길쭉한 결정을 가진 이 원료는 소비자에게 흔히 ‘MSG’라고 알려져 있고 식품 포장지 뒤에는 ‘L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라면 국물맛을 내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이 조미료를 많이 섭취하면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손상은 두통, 얼굴 근육 마비, 우울증, 짜증, 불안, 초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현대인들은 조미료가 들어간 식습관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들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의식하지 못할 지경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건강에 화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은 첨가제만 대략 2800여 가지이고 여기에 농약까지 합치면 수천 가지가 넘는다.

정제당과 정제유지도 만만찮다. 정제당과 정제유지에 길들여진 식습관 아래서 인슐린의 활동은 느려지거나 멈출 수밖에 없다. 설탕이 정제당의 종류 중 하나인데, 그 밖에도 올리고당이나 과당이 여기에 포함된다. 정제유지에는 기름, 식용유(추출유), 쇼트닝, 마가린 등이 있다. 이 모두는 정제 과정에서 영양분이 빠져나가 실질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갈 때 해로움만 남기게 된다.

앞에서 지적한 세 가지 유형의 원료군이 음식에 들어가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원료군이 모두 들어가 있는 음식도 있을까? 커피믹스가 그렇다. 커피믹스에는 정제가공유지가 들어가 있고, 백설탕과 물엿(정제당), 합성착향료, 카제인나트륨, 산도조절제 등과 같은 화학물질이 가득하다.

화난 음식을 달랠 수 있는 대안을 공개하겠다. ‘화학물질’은 자연 소재로 대체할 수 있다. 천연 조미료나 향신료로 기존의 것들은 대체 가능하다. 쑥, 녹차, 시금치, 모시잎사귀 같은 채소나 과일, 너트류로 색을 만들어 음식에 첨가하는 방법도 있다. ‘정제당’의 경우는 비정제당을 쓰면 된다. ‘정제유지’ 대신 좋은 지방을 권하고 싶다. 좋은 지방에는 트랜스지방이 없어야 한다. 마가린이나 쇼트닝 대신 천연 버터를 쓰자.

식습관에 물갈이가 필요하다. 물갈이는 오직 소비자의 힘으로만 가능해질 수 있다. 정당을 지지하듯 착한 식품을 지지하자. ‘선택 구매’를 해보자. 그러면 소비의 패턴대로 산업의 지형도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사회자 오지혜: 화난 음식을 피하자니 시간과 돈과 정성이 많이 든다. 댁에 계신 사모님의 반응은 어떠한가.

안병수: 아내가 원래부터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물론 나 때문에 요리할 때 조금 더 피곤해지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인 혼자만 식사를 준비해서는 건강한 음식이 함께하는 생활을 실천할 수 없다. 요리에 가족, 특히 남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주방을 가족 모두의 공간으로 활용하면 밥상도 생활도 건강해진다.

청중1: 대학 1학년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주로 급식을 통해 식사를 해결했고, 대학에 오니 외식을 주로 하게 된다. 사실상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집단급식이 안전한지, 외식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선책은 없는지 알고 싶다.

안병수: 학교급식 환경이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의식 있는 교육행정가들을 통해 조금씩 개선의 여지가 보이고 있다. 외식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일 때는 적어도 인스턴트식품을 피해라.

청중2: 강연에서 ‘정제유지’와 ‘정제당’이 화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언뜻 생각하면 정제 과정을 거치면 기업으로서는 비용이 더 들 것 같은데, 왜 정제해서 팔고 있나.

안병수: 대부분 제당회사의 시스템이 정제 과정을 포함하는 대량생산 체제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설계가 그렇게 되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비정제당은 소량 생산, 수작업 체제로 만들게 되어 있다.

청중3: 주부다. 요즘은 주로 대기업에서 만든 장류를 사다먹는다. 이것은 안전한가. 또 에서 단무지에 대해 쓴 글을 보았다. 탱탱한 단무지는 모두 문제가 있나.

안병수: 장류를 마트에서 사먹는 것은 그다지 권유하고 싶지 않다. 지방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소규모로 장류를 포함한 전통식품을 만들어 파는 곳이 있을 것이다. 찾아보자. 단무지는 쭈글쭈글해야 한다. 탱탱한 단무지 안에는 폴리인산나트륨이 많다. 주의해야 한다.

글 이현정 17기 독자편집위원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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