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0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10회 인터뷰 특강 ‘새로고침’의 마지막 강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우리 정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 비판과 대안을 찾아서’였다. 그가 진단한 한국 정치 현실의 네 기둥은 ‘이데올로기, 리더십, 구조와 제도, 국민의 참여’였다. 현재 기능부전 상태에 빠진 네 기둥 중에서 구조와 제도도 중요하지만 책임 있는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강연의 요지였다.
윤여준 전 장관의 강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책임’이었다.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구조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행위자는 역설이 동반되는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는 소양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단지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다. 사람의 행태가 관행으로 굳어지고 관행이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낸다는 윤 전 장관의 분석은 네 기둥 중 리더십, 즉 행위자 요인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했다.
국민의 참여에 대해 강의하며 윤 전 장관은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했다. 환원론을 경계하지만, 리더십을 발휘할 주권자가 중요하다면 국민은 피지배자로서 냉철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공성의 응축인 국가는 그 막대한 힘으로 야만적인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예로 들면, 국가의 공공성을 프레임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은 이미 헌법 제119조 2항에 명시돼 있다. 시민으로서의 견제와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 사이에서 이제부터라도 공공성에 대한 사유를 먼저 시작하는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내 밥그릇의 크기를 결정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을 무력화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스스로 차단한 이명박 대통령, 기성 정치와의 결별을 소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였던 대선에 실패했음에도 책임과는 거리가 먼 후속 행보를 보이는 안철수·문재인 후보, 이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평가가 있을 것이라는 그의 진단이 무겁게 다가왔다.
“정치란 경계선에서 이뤄지는 타협의 예술”이라는 노종면 YTN 해직기자의 언급에 윤여준 전 장관은 이에 동의한다면서 “이제는 ‘정치예술’로 새로고침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름을 들으면 기계적으로 조롱의 웃음이 튀어나오고 정치 현실을 구원할 메시아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 과연 정치예술을 향유하는 세련된 방식일까? 새로운 지평을 열 것 같은 ‘메시아의 출현’도 현실의 맥락 안에서 현상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font size="3">대통령의 6가지 능력과 2가지 기초 소양</font>“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국민은 거대 정당의 후보를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란 청중의 질문이 나왔다. 윤 전 장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녀야 할 6가지 능력에 대해 말했다. 시대적 과제를 제시하는 능력,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책 능력, 제도 관리 능력, 인사 능력, 외교 능력, 한반도 평화 관리 능력이었다. 그에 앞서 2가지 기초 소양을 강조했다. 공공성을 의식하는 투철한 공인 의식과 민주적 태도가 그것이다. 공사 간 삶의 궤적이 이 6가지 능력에 대한 실천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요컨대 육화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 소양 위에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하는 시민의 혜안이 중요하며, 이는 공공성과 민주주의에 대해 뚜렷한 사유를 하는 것에서 얻을 수있다. 이 강연이 인터뷰 특강을 마무리하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면 큰 박수를 부탁한다는 노종면 기자의 말에 백범기념관의 청중은 오래도록 힘찬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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