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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식스팩인 사람이 되자

등록 2013-04-02 18:05 수정 2020-05-03 04:27

언젠가 그런 의문이 든 적이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들도 실은 ‘의식’의 반복을 통해 ‘무의식’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그렇다면 ‘무의식’ 역시 인간 스스로 ‘의식’의 활용을 통해 ‘의식’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무의식을 의식하라. 이런 엉뚱한 의문이 두 번째 인터뷰 특강인 정재승 교수의 ‘뇌도 리셋이 되나요’를 들으면서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어쨌거나 온갖 엉뚱한 의문들이 떠올랐던 실하고 풍성한 강연이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뇌를 사랑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뇌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나는 우리 뇌가 지닌 잠재력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뇌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그의 강연을 들어보자.

한겨레 정용일 기자

한겨레 정용일 기자

<font size="3">왜 새해 결심은 작심삼일인가</font>

“새로고침이란 무엇인가. 새로고침이란, 한마디로 다시 시작하고픈 욕망이다. 업데이트가 될 수도 있고 리셋이나 재부팅, 심지어 하드 포맷, 업그레이드 등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은 누구나 가진 욕망이다. 과연 우리는 새로고침에 얼마나 성공하고 있을까. 새해 결심을 일주일도 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전체의 77%에 달한다. 고작 19% 정도만이 2년 정도 가까스로 결심을 지켜나간다. 새로고침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

그렇다. 새로고침이 어려운 건 우리 뇌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뇌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뇌는 익숙한 것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행동을 할 때는 두 가지 시스템이 분주히 작동하는데, 보상에 따라 움직이는 목표 지향 체계와 익숙한 것에 따라 움직이는 습관 체계다.

인간이 쓸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쓸 곳은 넘쳐난다. 부피로는 전체의 2%에 불과한 뇌는 25%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다. 늘 가는 식당에서 늘 먹는 음식을 시킨다. 늘 입는 청바지를 입고, 늘 보는 드라마를 본다. 적은 에너지를 쓰는 이런 습관은 만족도도 충분히 높다. 반대로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하며 만족도는 불투명하다. 다시금 우리는 새로고침이란 어렵다는 결론을 확인한다.

새로고침에 늘 실패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새로고침’의 시작이다. 이제 새로고침에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자. ‘절박함’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라. 죽음이 당신 앞에 있다.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놓아보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다. 후회는 실망과 달리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갔을 때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이 후회에 희망이 있다. 삶과 경험을 상상하면서 우리 뇌는 ‘절박함’마저 만들어낼 수 있다. 뇌도 근육이다. 뇌가 식스팩인 사람이 되자.”

<font size="3">뇌를 사용하는 환경을 바꾸고 뇌를 바꿔보자</font>

정재승 교수가 ‘과학의 대중화’라는 말에 큰 관심이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의외였다. 정재승 교수만큼 우리에게 과학을 쉽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건만. 이제 그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 간다. 그가 우리와 나누고 싶은 것은 과학을 넘어서서 생각하는 힘이나 통찰력, 퉁쳐서 철학 그 언저리에 있는 어떤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강연에서 받은 느낌을 풀자면 이렇다. ‘사람은 스스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동물이다. 뇌를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뇌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길은 열려 있다. 뇌를 바꿔보자.’ 이 글은 풍성했던 강연의 파편일 뿐이다. 강연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뿌듯해 이렇게 짧은 요약본이 별로 미안하지 않지만, 풍성함을 원하면 책을, 울림을 원한다면 강연을 들어보시길 권하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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