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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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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여, 함께 절규해요

등록 2013-04-02 18:02 수정 2020-05-03 04:27

“새 정부, 새 학기, 계절상으로도 봄이고 오늘 MBC 김재철 사장 해임 소식까지 강연 주제인 ‘새로고침’이 어울리는 날이네요.” 사회를 맡은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창간 19돌 기념 제10회 인터뷰 특강을 이런 말로 열었다. 열 번째 인터뷰 특강의 주제는 ‘새로고침’(F5)이다. 3월26일 첫 강연에는 ‘시시포스의 신화를 바꿔라’라는 주제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섰다. 노동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르고 출감 뒤 공부에 매진해 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해 국회의원이 되며 극적인 ‘새로고침’을 했다. 은 의원은 ‘변신’의 중심이던 ‘노동’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한겨레 정용일 기자

대한민국 중산층=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한국에서 중산층의 기준이 이렇단다. 부채 없는 30평 이상 아파트, 월급여 500만원 이상, 예금 1억원 이상 등. 이 기준으로는 나도 중산층이 아니더라. 사회적 약자 돕기 같은 미국이나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과는 판이하다. 왜 이리 다를까? 이런 광고가 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명품 분유 광고는 ‘내 아이가 명품이다’란 말도 한다. 내 취향, 사랑, 인생, 삶의 가치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노동부’가 ‘고용부’로 바뀌면서 노동은 고용이 되었다. 예전 ‘노동시장분석부’라는 하위 부서가 지금은 ‘인력수급부’로 바뀌었다. 잘 말하면 인재, 아니면 수출 역군이다. 노동자의 개념이 없다. ‘노동’이란 역사적으로 변화를 많이 겪은 개념이다. 고대시대에 시민이란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는 노예는 인격까지 교환되었다. 근대에 와서 노동을 팔 뿐이지 인권을 교환하지 않게 되었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노동법’이다.

비정규직은 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07년 인천 냉동창고에서 노동자 40여 명이 죽었다. 원청기업에 부과된 벌금은 2천만원이 전부였다. 직접 계약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비공식 노동’이라는 기록이 남지 않는 노동도 만연하다. 은행 기록이 남지 않도록 현금을 월급으로 받고 사용자는 4대 보험비 등을 탈세한다. 이런 노동자가 700만 명이나 된다.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인간을 사랑한 죄로 산에 돌을 밀어 올린다. 그 돌은 정상에 올라가면 굴러떨어지니 다시 올려야 한다. 카뮈는 시시포스가 깨어 있기 때문에 이 신화가 비극적이라고 했다. 오늘의 비참을 숙고하기 시작한 순간 그것은 운명이 아니다.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가 아닌, 불안정하지만 내가 선택한, 올바르다고 믿는 행위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보통 사람도 가능할까? 청년유니온이 유명해진 사건이 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청년이 노동법을 공부하다 주휴수당 250만원을 받지 못한 것을 알았다. 고발하려니 업체가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청년은 고발을 선택했다. 덕분에 다른 청년들도 주휴수당을 받게 됐다. 절규하는 청년, 비정규직이 같이 연대해야 한다.”

유혹을 뿌리친 비정규직 청년

‘공부가 가장 쉬웠던’ 정치인은 자기 강연이 재미없을까봐 걱정이 대단했다. 청중의 열띤 반응은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청중 비공식 노동에 대한 정책 대안이 있나.

은수미 의원 전세계적으로 많은 정책이 만들어졌고 성공적인 경우도 많다. 일자리 최소 기준을 만들면 된다. 최저임금을 지키는 것은 행정 조치로 충분히 가능하다. 고용부에 준사법권을 가진 근로감독관 1천 명이 있다. 이들을 늘려야 한다. 최저임금을 지키면 정부에도 이득이 된다. 탈세가 없어지고 소비수준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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