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맡은 노종면 YTN 해직기자의 말처럼 ‘정파를 떠나 지성인 선비 선생님’인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가 네 번째 강연의 주인공이다. 사회자는 1970년대로의 회귀가 우려되는 현 상황을 짚어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TV를 잘 보지 않는데, 박 대통령 소리를 들으면 화들짝 놀라 40년 전으로 순간이동한 기분이다. 하지만 당시의 일상적 고문은 없지 않겠나. 뒤로 돌아가더라도 그래도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의 관심은 구멍 뚫린 ‘진보’의 교양, 재구성 문제로 더 향해 있는 것 같다. 여러 차례 ‘새로고침’을 한 인생을 풀어내면서 강의가 시작됐다.
“새로고침을 많이 한 삶을 살아서 여기 서 있는 것 같다. 나는 서울대에 두 번 들어갔다. 그냥 수학을 잘해서 공대에 갔다가 선배를 ‘잘못’ 만나 한국 현대사 문제를 읽고 젊은 혈기에 외교학과에 갔다. 결국 학생운동판으로 들어가게 됐다. 판소리하는 임진택이 같은 과였는데 연극반 하자 해서 연극도 했다. 유신 직전에 선언문 하나 썼다가 잡혀가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곳에 갔었다. 졸업하고 취업한 지 1년 만에 유럽으로 발령을 받아 나갔다. 활동했던 조직이 드러나면서 정치적 난민이 됐다. 파리에서 먹고살려고 택시 운전사를 했고 귀국해서는 한겨레신문사에서 받아줘서 언론인이 됐다. 재작년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정당 대표. 1년 뒤 그만두고 그냥 서생. 그다음 이 나이에, 같이 공부하자는 ‘가장자리’.
내 경우가 모범적이지는 않지만, 늦지 않았나 주저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새로고침을 하며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생존 때문에 자아실현을 ‘포기’하지 말고 ‘유보’하면서 늘 긴장하라는 말이다. 나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를 읽었다. ‘몸자리’는 우연적인 환경과 나의 가치관에 의한 필연적 선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이 둘을 어떻게 합일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청소년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건 자기 생각의 주인이 돼야 자유를 누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지배 세력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의식화한다고 말하는데 철저한 반공·숭미, 체제에 대한 자발적 복종은 의식화가 아닌가.
한국 사회의 기득권은 상식적 수준이 진보로 비치는 독특한 사회다. 한국에선 ‘내가 진보다’라고 하면 진보다. 현실 역량이 부족한 진보세력이 어떻게든 국회에 진입하고자 한 것이 결국 통합진보당 사태가 됐다. 무조건 통합을 관철한 지식인·정치인들은 지금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같이 사회 공부하자는 협동조합 ‘사유와 실천의 공동체 가장자리’를 만들었다. 처지에 의해 놓이는 자리와 의지에 의해 놓는 자리가 함께하는 곳이 가장자리다. 나로서 가져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모여 공부하면 된다. 카페(cafe.daum.net/bords)에도 많이 참여해달라.”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차이청중 1 ‘가장자리’에 ‘몸자리’를 놓는다면 어떤 교육을 받는가.
홍세화 가능하면 자주 만나 같이 책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민족주의 세력은 모든 문제를 분단에서 사고하며 ‘반미’로 모든 진리를 획득한 것처럼 전유한다. 비슷하게 여성·생태·노동이 서로 토론하지 않는다. 폭넓게 인식하는 것이 진보의 교양이다.
청중 2 경기도 부천에서 24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데, 또 학생들이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홍세화 한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건 시험 본 다음에 잊어버리는 것, 못한다는 건 시험 보기 전에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상층이 된다는 것이 이 지극히 보잘것없는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옳게 바꾸는 것보다 못하는 사람들이 뒤집어엎으면 좋겠다. (청중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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