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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OTL] 선생님, ‘불복종’과 ‘싸가지’를 구분하다

학교 안 인권짓기의 첫걸음, ‘교원 인권감수성 향상과정’ 현장
등록 2008-09-11 11:56 수정 2020-05-03 04:25

“교사라는 직업이 참 무서운 직업이라고 하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직업인데도 말이에요.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상한(?)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교원 인권감수성 향상과정’ 모습. 인권교육센터 ‘들’ 제공

‘교원 인권감수성 향상과정’ 모습. 인권교육센터 ‘들’ 제공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과 함께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개학맞이 선물로 챙긴 교사들이 있다.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 위탁을 받아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와 인권연구센터 ‘들’, 인권연구소 ‘창’이 공동 기획한 ‘교원 인권감수성 향상과정’.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무겁고 기나긴 장마만큼이나 후텁지근한 학교 인권 상황을 짊어지고 40여 명의 교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달려왔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는 법. 두려움이 아닌 인권에 기초한 교육을 만들기 위한 3박4일간의 일정이 숨 가쁘게 펼쳐졌다.

인권의 의미와 역사, 차별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따라가보는 전반부 교육을 지나 학교 안 소수자들과 만나는 시간. 아버지의 학대로 가출한 뒤 초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세현이,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하비비와 시나, 자기를 레즈비언이라고 말하는 맑음이, 학교 안팎에서 인권활동을 벌이는 중학생 인권활동가 따이루, 이 네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교사들은 차별에 맞서는 학교를 만드는 과제들을 발견해냈다. ‘소지품 검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 조건은?’ ‘학생들끼리 다수결로 정한 두발 규제는 정당한가’ ‘불복종과 싸가지 없는 반항의 차이는?’ 등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된 쟁점들을 짚어가며 학생인권 지침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대화법과 인권교육 방법론도 익혀가며 쿵더쿵 ‘학교 안 인권짓기’ 방아는 찧어졌다.

이번 연수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밑바닥 고민들을 털어놓는 시간이다. 위풍당당 교사에게도, 움츠린 교사에게도 인권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고민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주위 교사들의 눈총, 혼자라는 무력감, 무관심 아니면 약삭빠름으로 화답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도 좌충우돌 인권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 내공을 기르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 반 애들은 눈빛이 살아 있어요”라는 격려, 한 그루의 나무가 결국 숲을 이루리란 낙관, 권위에 기대지 않고 소통하는 법을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진짜라는 신념, 약자인 아이들이 쏟아내는 날 선 반응에 상처 입은 교사들을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 등을 찾아내 교사들은 서로를 토닥였다. “인권이 살아 숨쉬는 학교가 돼야 우리 같은 교사도 살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펀치가 안 된다면 맷집으로라도 학교 안 인권짓기에서 버텨냅시다.”

올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탁을 받은 교사 인권 연수가 전국 6개 도시에서 열렸다. 인권 연수를 받고 예민한 인권 감수성을 갖게 된 교사에게 학교는 송곳 같을 터. 그래도 그런 교사가 있는 학교에선 학생이 숨쉴 공간이 한 뼘 더 열릴 것이다.

배경내 인권연구센터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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