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0일 세종시 부강화물역에서 코레일 복구 인력이 선로 등 시설 복구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근 5년간 외부 업체에 맡긴 공사·용역 등 1만6093건의 계약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액수는 약 1343억원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공공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은 분기마다 공시해야 한다는 법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5년 동안 1343억원의 집행 내역이 공개 감시망 밖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깜깜이’ 계약 집행의 배경엔 2천만원 이하의 긴급한 보수는 계약부서를 거치지 않고 처리하도록 한 코레일의 내부 세칙이 있다. 위급한 경우 계약서를 쓰지 않고 공사나 용역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열어둔 ‘소보수 집행’ 조항이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공시 대상인 수의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코레일 쪽 설명이다.
한겨레21은 코레일 ‘소보수 집행 내역’을 토대로 소보수 깜깜이 계약의 허점을 짚었다. 코레일 쪽 설명이 타당한지 따져보기 위해 공공계약 분야 변호사와 회계 분야 등 4명의 전문가 의견도 두루 들었다. 전문가들은 ‘소보수 집행 내역이 공시 대상이 아니다’라는 코레일 쪽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 소속 7개 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코레일은 소보수 1만6093건을 집행했다. 금액은 모두 1343억1953만원에 이른다. 자료엔 계약업체와 계약일, 사업명, 계약·지급 금액, 발주부서 등이 상세히 담겼다.
소보수 집행은 해마다 늘었다. 2021년 2508건에서 2025년 4189건으로 약 67% 증가했다. 계약금액도 같은 기간 약 158억원에서 약 460억원으로 약 2.9배 불었다.
계약 가운데 건축 분야가 8519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전기 분야가 4568건으로 뒤를 이었다. 화장실·급배수 설비 보수, 전차선·전력설비 공사, 맞이방(대합실)·승강장 보수, 냉난방기·소방설비 교체 등 선로나 역사 내 시설 보수가 다수를 차지했다.
액수를 보면, 전체 소보수 가운데 500만원 이상은 1만228건으로 약 12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건수의 63.6%, 금액의 89.4%에 해당한다. 1천만원 이상으로 기준을 높여도 5569건이나 된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재정경제부 지침인 ‘공공기관의 통합공시에 관한 기준’에 따라 수의계약 정보를 분기마다 알리오에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코레일은 1300억원이 넘는 소보수 집행 내역을 알리오 ‘기관별 용역 등 수의계약정보’에 올리지 않았다.
코레일이 소보수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근거는 코레일의 내부 규칙인 ‘계약업무처리 시행세칙’(세칙) ‘소보수 집행’에 있다. 소보수는 말 그대로 공사나 용역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집행 추정 가격이2천 만원 이하의 공사·용역을 뜻한다. ‘고객·철도 안전을 확보하고 긴급·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란 조건도 달렸다.
코레일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소보수 집행은 계약을 체결하는 계약부서가 아닌 사업부서장이 계약 체결 과정을 생략하고 지정업체와 단순 협정서로 계약서를 갈음해 사업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라며 “소보수 집행은 일반경비 지출로 공시 대상인 수의계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상자갈 보충작업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전문가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이 아니란 코레일 쪽 설명은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황호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보수·수리 등 일의 완성을 맡기는 것은 민법에서 정한 도급계약에 해당한다”며 “계약은 당사자 간 청약과 승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 여부가 계약의 효력 발생 요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경비 지출’이란 설명에 대해서도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회계상 어떤 경비로 분류했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외부 업체에 보수·수리 등을 맡기고 대가를 지급했다면, 이를 회계상 일반경비로 처리했더라도 계약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광진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도 “코레일이 외부 업체에 보수 용역을 맡기고 얼마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면 계약서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사·용역을 맡기거나 물품을 구매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계약을 전제로 한다”며 “입찰을 거치지 않았다면 수의계약으로 보고 관련 절차를 지켰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보수가 ‘안전 확보나 긴급·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란 취지에 맞게 집행됐는지도 의문이다. 의원실 자료를 보면 취지와 무관해 보이는 집행 내역이 다수 확인된다.
대표적인 것이 사무공간 공사다. 2024년 2월 수도권동부본부의 ‘건축처 회의실 신설’에 770만원이 들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수도권동부본부 ‘차량처 회의실 신설 등 내부 개량공사’에 2197만8천원, 경북본부 ‘휴게실 인테리어 공사’에 2197만3천원이 집행됐다. 2025년 10월 시흥철도차량정비단의 ‘시흥단 본청사2 2층 회의실 신설’에도 2190만원이 쓰였다. 경북본부는 휴게실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설계 용역비 517만원도 소보수로 집행했다. 2천만원을 넘는 집행액은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추정된다.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철로에서 2022년 11월 7일 오전 코레일 긴급 복구반원들이 선로를 다시 깔고 있다. 연합뉴스
예측 가능한 조경공사도 있었다. 2024년 12월 ‘인재개발원 영주교육원 조경 유지관리’에 1727만원, 2025년 10월 ‘경주역 전·후면 수목 및 화단 전정 등 조경공사’에 2172만5천원이 쓰였다. 전체 1만6093건 가운데 사업명에 ‘긴급’이란 단어가 포함된 것은 557건으로 약 3.5%에 그친다. 황호준 변호사는 “소보수 시행세칙의 정의 자체가 긴급한 안전상의 위험이나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내역이 그렇지 않다면 시행세칙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공사를 쪼갰다는 의심을 사는 사례도 여럿 발견됐다. 최근 5년간 소보수 집행액이 가장 많은 업체는 ㈜남성전력으로 102건, 11억945만원어치의 공사를 코레일로부터 수주했다. 이어 대성엔지니어링 9억6508만원(113건), ㈜더원전력 7억8750만원(65건), 유니버스건설㈜ 7억8095만원(77건), ㈜정성전력 7억7320만원(50건) 순이었다. 상위 5개 업체가 맡은 소보수 일감은 407건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약 44억1619만원에 달한다.
반복 수주 자체를 위법으로 단언할 순 없다. 다만 하나의 공사·용역을 소보수 기준인 추정가격 2천만원 이하로 나눠 발주했거나, 특정 업체를 반복적으로 선정한 데 합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코레일 계약업무처리 시행세칙 제18조 3항은 특정인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목적으로 과업을 자의적으로 분할 발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체 선정 절차도 검증이 필요하다. 같은 세칙 제39조는 소보수 집행 때 계약금액과 업체 선정·집행 사유를 적은 ‘소보수집행요약서’, 견적서, 적정성 검토 서류 등을 갖추게 돼 있다. 하지만 복수 견적을 받거나 업체를 선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
코레일은 “소보수는 알리오 수의계약 공시 대상이 아니며, 법률자문에서도 같은 판단을 받았다”며 “특정 업체에 일감이 집중되는 문제와 관련해 올해 7월부터 동일 업체에 대한 소보수 집행을 연간 5회로 제한했다”고 2026년 10월16일 한겨레21쪽에 해명했다.
공공기관의 수의계약 정보 미공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0월 김해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예탁결제원이 2015년 5월 체결한 16억8천만원 규모의 골프 회원권 수의계약을 알리오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예탁결제원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의 일부 조항에 해당하는 수의계약만 공시 대상으로 해석했다. 예탁결제원이 수의계약의 공시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면, 코레일은 자체 시행세칙을 근거로 소보수 집행 자체를 계약이 아닌 ‘일반경비 지출’이라고 주장한다. 계약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따지기에 앞서 계약 자체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코레일은 2025년 실시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경영정보공시 점검’ 지표 만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표는 알리오 공시자료의 정확성과 적시성 등을 평가한다. 경영평가 결과는 임직원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보수의 공시 의무 여부와 평가 결과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회계학)는 “공시에는 적극적 공시, 최소한의 공시, 회피적 공시가 있는데, 코레일 사례처럼 특정 업체에 일정 기간 큰 금액이 집행됐는데도 계약으로 전환하지 않고 공시하지 않았다면 회피적 공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정도 규모가 계약이 아닌 협약 형태로 반복됐다면 코레일 상임 감사실에서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영 의원은 “내부 세칙을 앞세워 5년간 1300억원대가 넘는 예산 집행 내역을 공시 대상에서 뺀 것은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코레일은 계약정보 공개라는 최소한의 책무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김건희 이어 오세훈 2심서도 명태균 진술 배척…대법 판단 촉각

법무장관 후보 박균택·양부남…‘대통령 변호’ ‘공소 취소’, 중립성 논란

한동훈, 딸 ‘허위 스펙’ 수사 무마 의혹에 “재탕 3탕 4탕…이게 정치보복”

조국 “오세훈 판결은 사법정치의 반격…무기력한 민주당, 위기 만들어”

메스 든 천재 의사 ‘닥터X’ 사이다 처방 통했다

오세훈 2심 무죄에 정치 격랑…장동혁·한동훈은 뜨뜻미지근

삼전닉스 3분기 영업익 180조원대 전망…‘추가 주주환원’에 쏠린 눈

청와대, 내년 가상자산 과세 ‘유예’ 가닥

법무장관 후보자 박균택·양부남 압축…청와대 “막판 고심 중”

김민석, 청년들 만나 “86세대, 거의 끝물 아닌가”

![[단독] 41억 철도 공사의 비밀… 탈락한 사장님의 ‘위장취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6/1016/53_17921293097342_20261016500311.jpg)













![[단독] 학부모에게 월 수백만원씩 ‘제2월급’ 받은 여자축구 감독 [단독] 학부모에게 월 수백만원씩 ‘제2월급’ 받은 여자축구 감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23/53_17927283699523_20261022503801.jpg)


![[단독] 대학 운동부는 ‘감독님 찬조금’ 감시 사각지대 [단독] 대학 운동부는 ‘감독님 찬조금’ 감시 사각지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23/53_17927282456637_2026102250380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