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문화전쟁을 획책한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경제 문제를 필사적으로 ‘문화’ 문제로 돌려 자신들을 위협받는 전통적인 가치와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는 문화 수호자로 부각하려 한다. 그들이 미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위협하는 적으로 규정한 목록이 흥미롭다. 이슬람주의, 공산주의, 성소수자(LGBTQ) 그리고 세계주의(Globalism)다. 이들에 미국이 침입당해 잠식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자신들만이 이에 맞서 싸우며 미국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선전한다.
문화전쟁의 핵심에는 정체성과 가치의 문제가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그리고 인종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를 지향하는 민주사회(진보) 진영을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깨시민’(Woke)이라고 비아냥대지만 그들이야말로 정체성에 기반해 대중에게 호소한다. 이들의 사상적 기반은 ‘개신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이며 이들이 결집하려는 세력 역시 개신교 근본주의자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은 개신교의 나라다. 미국은 자신들의 힘으로 건국된 나라이며 그 가치 위에 서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존 애덤스가 “미합중국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도 기독교에 기초해 세워지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미국 수정헌법이 제1조에서 “의회는 종교를 수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못박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이고 미국 건국의 ‘정신’은 개신교라는 것이다. 문헌에 적힌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정신’이라고 말함으로써 토론을 아예 봉쇄한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그마’(신념)이며 일방적으로 선포된 ‘독트린’이다.
그들은 미국이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말을 외면한다. 미국은 신이 그들에게 준 ‘선물’이다. 신이 그들에게 줬기에, 그들은 ‘침입자’가 아니라 약속받은 땅의 ‘상속자’이다. 미국은 이 믿음을 공유하는 자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속한 땅이다. 이는 선포된 믿음의 문제이지 증명해야 할 것이 아니다. 따를 자는 남고 그렇지 않은 자는 떠나야 하며 거부할 때는 힘으로 강제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미국이 외부인에게 ‘침입’당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 특히 신이 약속한 땅을 이교도들이 침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은 신에 의해 약속된 땅을 지키는 ‘성스러운 전쟁’이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미국 중간선거와 정치를 ‘종교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를 미국 헌법에 근거해 정교분리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극우가 ‘종교의 무기화’를 획책하는 반헌법적 정치를 한다고 격렬히 비판한다.
이들이 이런 위협감을 느끼며 종교전쟁을 펼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소수자들의 정치적 가시화다. 그중에서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극우 개신교 민족주의자에게 끼친 공포는 엄청난 것이었다. ‘버락’과 ‘후세인’이라는 아랍계 기원과 ‘오바마’라는 아프리카계 이름의 대통령은 소수인종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충격을 넘어 문화와 정신의 근본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그리스도교의 정신에서 이름은 문화의 정수다. 이름은 형체를 넘어서는 그 존재의 본질과 그에게 부여되고 행사할 수 있는 ‘권세’를 의미한다. 오바마의 당선은 그들에게 ‘권세’의 이동을 의미했다.
이후 실제로 미국에서는 소수인종과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정계에 많이 진출했다. 뉴욕시장으로 최초로 무슬림 조란 맘다니가 당선됐고, 이번 선거에서 미시간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역시 무슬림인 압둘 엘샤예드가 당선됐다. 미국의 극우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무슬림 153명이 후보로 뛰고 있으며 이 가운데 89명은 승리가 확정적이라며 이게 바로 이슬람의 ‘샤리아법’이 전체 시스템을 잠식하는 방식이라고 위협한다. 무슬림 후보 다수가 정교분리를 주장하는 세속주의자임에도 불안을 부추기는 음모론을 설파하는 것이다.
이런 ‘위협’에 맞서 미국 ‘정신’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건국 초기와 반대로 종교를 노골화해야 한다는 것이 극우들의 발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텍사스에서는 십계명을 공립학교의 모든 교실에 의무적으로 게시하는 법이 2025년에 통과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26년에는 이슬람을 설립 초기부터 잔혹한(brutal) 종교로 규정하고, 수학과 과학 등에서 이슬람 세계가 공헌한 것은 모두 삭제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기준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립학교에서 노골적으로 ‘종교의 무기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극우의 이런 종교의 무기화가 개신교가 근대문명에 끼친 가장 탁월한 공로이자 미국 사회의 근간인 ‘개인’을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체성을 통해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다. 종교전쟁은 당신이 개인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보다, 당신이 어디에 속한 누구인지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오로지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판단한다. 종교의 무기화가 근대문명에 심각한 위협인 이유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이번 9·11 테러 25주기 추모식에 뉴욕시장 맘다니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극우들의 주장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가 무슬림이라는 것. 9·11 테러 당시 공화당 소속의 뉴욕시장이었던 루디 줄리아니는 9·11 테러를 일으킨 자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무슬림이 추모식에 뉴욕 대표로 참여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9·11 직후 그라운드제로(옛 세계무역센터 부지)의 공기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위험한 상태였음에도 성급하게 주민들을 복귀시켜 테러로 인한 직접적 희생자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줄리아니였다. 하지만 종교의 무기화는 행동에 대한 책임보다 정체성에 더 절대적인 책임을 묻고 판단한다.

2026년 9월9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아메리칸항공센터에서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이 문화전쟁에 온몸으로 싸우는 사람이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텍사스 상원의원 후보로 나온 제임스 탈라리코다. 그는 종교의 무기화에 맞서 미국 헌법의 정신인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수호자로 나선다. 동시에 그는 어디를 가나 개신교 민족주의자들의 도전을 성경 구절을 차분하게 인용해가며 “그것은 예수님의 가르침도, 개신교도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탈라리코의 말에서 가장 큰 특징은 성경을 인용하며 신학적 정합성에 따르면서도 항상 삶을 통한 고백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보면 고백으로만 흘러갈 경우 자칫 감상적인 사연팔이로 비판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신학적 해석과 성경의 근거를 대면서 말하니 권위가 실린다. 그는 오스틴 장로회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목회자를 지망하고 있다. 삶과 언어, 양쪽 모두를 갖춘 셈이다.
탈라리코의 이런 ‘고백’ 언어와 태도는 그의 삶의 여정에서 나온다. 그는 텍사스 토박이다. 어린 시절은 매우 가난했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맞서 어머니는 그를 자신이 일하던 호텔의 작은 방에서 키웠다. 그는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으로 자신이 성장했고, 이것이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그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대학 졸업 뒤 저소득층 교육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텍사스에서 가장 빈곤한 히스패닉 밀집 지역인 샌안토니오 서부에서 교사로 일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소명인 사람들이 그러하듯 교실에서 탈라리코가 마주친 것은 구조적 폭력과 무력감이었다. 교실은 빈곤 및 무기력과 싸우는 전장이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인 만성적인 공교육 예산 부족, 부모의 저임금, 의료보험 부재, 불안정한 주거 등은 학생들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이런 부조리를 목도한 그는 “가난과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은 소수의 억만장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망가진 시스템(rigged system)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법과 제도를 고치기 위해 정계에 입문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 대한 설명 전체가 주장이 아니라 ‘고백’의 언어와 태도다. 탈라리코는 자신의 그 고백을 신앙의 언어로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그는 신앙에 반추해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성소수자나 가난한 사람들의 편을 드는 것은 예수를 욕되게(insult) 하는 극단적으로 깨어 있는 척(Woke)하는 짓이라고 비난하자, 탈라리코는 “진짜 예수를 욕되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며 “천국에 가난과 전쟁이 있는가? 천국에 없다면 왜 우리가 이 지상에 그것을 용인해야 하는가?”라며 일갈했다.
이런 탈라리코의 명쾌한 비판은 항상 신앙고백과 일관되게 연결된다. 그는 “자신은 완벽한 기독교인이 아니며 그렇다고 주장한 적도 없다”며 “완벽했던 기독교인은 오직 2천 년 전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한 분뿐이었다”고 강조한다. 신앙고백이 언제나 마지막 자리를 그가 신앙하는 존재에게 내어주고 물러나는 것이라면 그의 언어는 완벽에 가까운 신앙고백이다. 이런 언어야말로 ‘종교의 무기화’에 맞서는 가장 숭고한 ‘언어’가 된다. 탈라리코는 비아냥이나 조롱이 아니라 ‘언어’가 무기에 어떻게 맞설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탈라리코의 이런 언어는 1998년 이후 단 한 번도 민주당이 이겨보지 못하고, 점차 종교적 극우로 치닫고 있는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하며 나섰고 텍사스의 또 다른 유력 정치인인 테드 크루즈도 원색적인 말로 다급하게 나서고 있다. 그만큼 추이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임스 탈라리코 미국 민주당 텍사스주 상원의원 후보가 2026년 9월10일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극우들은 종교를 무기화하고 있다. 개신교이건, 가톨릭이건, 정교회이건, 이슬람이건, 불교이건 어느 종교고 예외 없이 ‘종교의 무기화’를 획책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극우 불교가 로힝야족을 탄압했고, 러시아 정교회는 그들 성인의 유해를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냈다. 이에 맞서는 한 축이 무엇인지를 탈라리코는 말해주고 있다. 그 종교 내부에서 나오는 “‘종교의 무기화’는 우리 종교의 가르침이 아니다”를 삶으로 증언하는 용기 있는 신앙고백이다. 내부에서 맞서야 한다. 극우에 맞서는 것은 냉소와 체념이 아니라 내부의 용기다.
엄기호 사회학자·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겨나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눕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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