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26일 네팔 북동부 누와코트의 트리슐리강 유역 마을 집들이 홍수가 몰고 온 진흙에 잠겨 있다. REUTERS
고산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이어진 산사태가 깎아지른 암석을 훑었다. 한꺼번에 몰려든 빙하와 암석 조각이 강을 막았다. 곧 둑이 터졌다. 거대한 물줄기가 노도처럼 산골 마을을 휩쓸었다.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대재앙이다.
2026년 8월26일 네팔 북동부 중국 접경지역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홍수가 중동부 일대까지 휩쓸었다. 홍수 발생 하루 만인 8월27일 오후 1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270명, 관광객을 포함한 실종자는 한국인 9명 등 826명에 이른다. 국경을 마주한 중국 시짱자치구 지룽현에서도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됐단다.
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네팔 재난당국에 진도 4.4의 ‘지진파’가 감지된 건 8월26일 아침 8시37분께다. 현재로선 거대한 산사태가 만들어낸 진동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간 네팔리타임스는 산사태가 난 곳을 랑탕리룽산(해발 7245m) 북사면으로 지목했다. 아침 8시40분께 랑탕리룽 트레킹의 관문 격인 샤부르베시 지역 검측소에서 보내온 평균 수위는 1.62m였다. 이후 검측소와의 교신이 두절됐다. 거대한 물줄기가 보테코시강으로 들이닥쳤다는 소식이 재난당국에 전해진 건 오전 9시께다. 삽시간에 불어난 물이 보테코시와 트리슐리 강줄기를 따라 하류로 남하하며 나라야니강 유역까지 홍수의 영향권을 넓혔다. 오후 4시께 칼리콜라 지역에서 계측된 강물의 수위는 12.3m, 이번 홍수가 기록한 최고치 수위다.
네팔 고산지대는 도로 사정 등으로 평소에도 접근이 쉽지 않다. 홍수가 몰고 온 바위와 진흙이 그나마 열렸던 통로조차 막아버렸을 터다. 구조 작업은 어려울 것이고, 복구는 더딜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후위기의 시대, 최악의 재난을 감내해야 하는 건 어김없이 가장 가난한 이들의 몫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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