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2026년 5월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의 기준의 성폭력 형사법체계,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공론화를 거쳐 촉법소년(만 10살 이상~14살 미만)의 상한 연령을 낮출지 말지 결정하자고 밝힌 뒤로 성평등가족부 주관으로 시민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공론 절차가 지난 5개월간 진행됐다. 공론장에서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 논의가 처벌 확대 또는 강화가 아니라 재범 방지와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제1624호 참조)
나아가 4월 진행된 숙의 토론회에서 시민 다수는 현행 소년사법제도가 가해자 교화 중심으로 설계돼 피해자의 회복과 권리 보장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으므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비록 촉법소년의 범죄 유형 중 절도가 가장 많은 비중(2025년 기준 총 2만1095건 중 1만110건·47.9%)을 차지하지만, 성폭력 건수가 증가(2021년 398건→2023년 760건→2025년 739건)하고 그 죄질도 성인 범죄와 견줘 약하다고 볼 수 없다보니 피해자의 참여권 보장과 보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이 점을 강조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을 8월4일 인터뷰했다.
―현행 소년보호재판(범죄를 저지른 19살 미만 소년에게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행하는 재판)의 문제점은.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달리 검사나 피해자 쪽 변호사, 법정대리인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 가정법원(또는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의 단독 판단으로 진행된다. 피해자는 법원의 심리 개시 여부나 처분 결과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하고(보호소년과 그 보호자에게만 통지), 재판에 참여하거나 기록을 열람할 권리도 제한된다. 또 (판사가 보호소년에게 내린) 처분에 불복하더라도 항고 등 절차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
―현행 소년법에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 등이 소년부 판사에게 의견진술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는데.
“소년보호재판이 대체로 심리기일이 1회에 그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처분이 내려지다보니 피해자가 기일 전에 의견진술권을 신청하기란 쉽지 않다. 또 소년보호재판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의견진술 외의 심리 절차에는 참여할 수 없다. 사건 통지 제도의 의무화, 재판 기록의 열람등사권 보장, 법정(심리기일)에 출석해 판사에게 의견을 진술할 권리, 재판을 방청할 권리 등 피해자 권리 보장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처벌 강화를 주장한다.
“엄벌 중심 정책은 처벌의 확실성이나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성폭력을 ‘극단적으로 심각한 일부 범죄’로 한정하는 인식은 특정 유형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전제하게 한다. 이는 보호받을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결과를 낳고,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자다움’을 요구한다. 강력한 법적 제재는 높은 수준의 증명성을 요건으로 하여 통상 증인이나 증거가 부재한 성폭력 사건의 처벌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이런 맥락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피해자 권리 보장을 중심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
―촉법소년 범죄 유형 중 성폭력 건수가 늘고 있다.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외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해를 하거나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성폭력을 행사하는 문화를 바꾸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는 정책과 교육으로 실행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성평등 정책이 매우 부족하다. 성평등 교육은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성평등에 관련된 지식을 습득해 성적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와 감수성을 배양하며, 성평등을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모든 교육을 말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행정, 노동, 의료, 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해체하며,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는 형사미성년자의 성범죄 근절에도 반드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은.
“누구나 평등하고 나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대안적인 논의와 다채로운 공론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앞으로도 지속해주면 좋겠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관련 기사
□제1624호 포커스_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676.html
<소년범죄 정책, 손가락만 보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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