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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 정책, 손가락만 보는 대통령

‘처벌→예방 초점 전환’ 공론화 결과 제쳐놓고 ‘적용 범위·하향 수준’ 재검토 지시
등록 2026-07-24 05:51 수정 2026-07-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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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7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7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26년 7월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이 대통령이 2월24일 공론화 절차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날로부터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죄를 범한 소년(만 19살 미만) 중에서도 형사미성년자(만 14살 미만)에 해당하는 만 10살 이상~14살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소년원 송치(12살 이상은 최대 2년), 보호관찰(보호관찰관의 면접, 주거지 방문 등 지도·감독) 등 자유와 행동이 엄격히 제한되는 보호처분 대상이 된다.

원 장관은 각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참여한 그간의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해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14살 미만에서) 13살 미만으로 1살 하향을 검토하되, 소년사법체계 전반의 개선 대책을 함께 추진’하는 내용의 검토 의견을 보고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연령 하향에만 관심을 쏟았다.

“핵심 쟁점은 촉법소년 나이를 하향하는 문제 ” “문제는 일률적으로 낮출 거냐 말 거냐인데… ” “성평등가족부 의견은 일률적으로 낮추지 말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1살만 낮추자 , 그 말이잖아요 ? 그런데 그건 너무 미약하지 않나 ,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 ”

급기야 이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부분적으로 낮출 거냐, 전면적으로 낮출 거냐, 1년 낮출 거냐, 2년 낮출 거냐, 이 범위에서 다음에 한번 또 (국무회의에서) 토론해보고, 우리 국민 의견도 한번 수렴을 해보시죠.”

가정폭력·방임·고립이 소년범죄 배경

그러나 지난 5개월간의 공론화가 남긴 것이 과연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살 낮출지 2살 낮출지라는 질문뿐일까. 연령을 낮출지 말지 차원의 논의에만 매달린 탓에, 정작 나와야 했던 이야기가 국무회의에서 실종됐다. 중요한 건 촉법소년을 포함한 소년범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고민이다. 이는 앞선 공론화 과정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밝힌 전문가와 시민 모두가 공유한 문제의식이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논의의 초점을 ‘처벌’에서 ‘예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류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실장은 성평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4월15일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동(만 18살 미만)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가정,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국가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주는 뼈아픈 지표입니다. 많은 소년범죄 사건의 배경에는 가정폭력과 방임, 정서적 고립이 존재합니다. 경제적·심리적 불안정, 관계 단절, 안전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한 시간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고 (경찰관 등) 현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류 실장은 사례 하나를 간략히 소개했다.

“13살 민준(가명)은 오랜 기간 가정폭력과 방임 속에서 자랐습니다. 집은 두려웠고, 그래서 밤늦게까지 밖에서 떠돌기 시작했고, 말수는 점점 줄었으며, 학교에서는 점점 고립됐습니다. 그 아이는 결국 밖에서 만난 또래와 어울리며 절도와 폭력 사건에 연루됐고, ‘촉법소년’으로 분류됐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아이는 언제부터 ‘범죄자’였습니까. 주변에 도움을 제공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이는 단순한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끝내 발견되지 못한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소년범의 재범 방지 체계를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견은 없었다. 강소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성평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3월18일 공동 주최한 포럼의 토론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범죄학 연구에서도 조기 비행이 이후 지속적 범죄 경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촉법소년 연령 논의는 단순히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비행 초기 단계에서 어떠한 제도적 개입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책임 기준의 조정이나 중대 범죄에 대한 예외적 대응 장치를 논의하는 경우에도, 그 취지는 단순한 처벌 강화에 있기보다 고위험군 청소년에 대해 더 체계적인 교정·치료·보호 프로그램을 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계기를 마련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디자인주 이다은 팀장

디자인주 이다은 팀장


시민들 인식, 토론회 뒤 눈에 띄게 달라져

3월6일 성평등부의 주관 아래 각계 전문가와 관계 부처 공무원으로 구성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협의체)가 출범했다. 협의체는 4월18~19일 이틀간 오프라인 숙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시민 총 212명이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현행 촉법소년 제도와 촉법소년 상한 연령 조정을 둘러싼 주요 쟁점, 정책 대안을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시민들은 전문가들과 질의응답을 했고, 이후 8~11명으로 구성된 분임별로 의견을 교환했다.

협의체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토론회 전과 후에 각각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보다는 범죄 예방 지원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항(5점 척도·전혀 그렇지 않다 1점~매우 그렇다 5점)의 평균 점수가 사전 조사에서는 3.7점이었으나 사후 조사에서는 4.2점으로 올랐다. 반면 ‘형사처벌은 소년의 범죄와 재범 가능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문항(같은 5점 척도)의 평균 점수는 3.8점에서 3.6점으로 줄었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기보다 소년범죄 이면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김형률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4월 포럼 토론문을 통해 현행 소년사법제도(소년범에게 적용되는 법률과 규범, 절차 및 소년범을 다루기 위해 설치된 기관, 기구 등)의 문제점을 짚었다.

저연령 소년의 강력범죄(강도, 성폭력 등)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보호자 부재 또는 학대, 따돌림과 같은 외적 요인이 소년의 정신질환이라는 내적 요인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조사 결과에 비추어보더라도 소년보호시설(민간 복지시설)에 수용된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합니다. 저연령 청소년의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적합한 치료가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형사절차보다 소년보호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소년보호절차에서는 형사절차에서 생소한 각종 조사(분류심사, 법원 소년조사관 조사 등)가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이러한 조사를 통해 소년의 성향과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처우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물론 소년보호절차가 만능은 아니다. 치료·의료·심리회복을 실제로 담당할 인프라(기반시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그가 언급한 ‘분류심사’를 하는 기관이 소년분류심사원이다.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소년보호재판(만 10살 이상~19살 미만의 소년범에게 보호처분을 결정하는 재판)을 받는 소년범을 한 달 동안 수용하는 곳이다. 구치소와 유사하지만, 아이들의 생활 태도나 보호자 상담을 통해 어떤 보호처분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한다는 점이 다르다. 심사원에서 작성된 ‘분류심사서’는 판사들이 실제 결정을 내릴 때 주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된다.(‘우리가 만난 아이들’, 이근아·김정화·진선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21)

그러나 심사원은 전국에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안산지원 단 두 곳밖에 없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보호 인프라

보호처분(1~10호)에는 보호관찰(4·5호), 소년원 송치(8·9·10호) 외에 소년의료보호시설 위탁(7호)도 있다. 소년범에게 정신질환이 있거나 약물남용과 같이 의학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경우 소년의료보호시설(10살 이상·최대 1년)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그런데 치료 여건을 갖춘 소년의료보호시설은 전국 10개 소년원 중 대전소년원 한 곳뿐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대전소년원에 상주해서 근무하는 전담 정신과 전문의가 없다는 점이다.

또 가정과 사회와의 분리가 필요한 소년범(가정 내 보호가 어렵거나 재범 우려가 있는 소년범)의 재교육·재사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년보호시설(보호처분 6호)은 전국을 통틀어 8곳에 불과하다.

유가영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서부지부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4월 포럼에서 “이렇다보니 소년 재판부에서는 (소년원 송치가 아니라) 6호 처분이 마땅하다고 판단돼도 (시설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소년원 송치 처분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현재 6호 시설 입소자의 약 53%에게 정신병력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설별로 한 명 정도의 심리 전문가가 있다. 제가 자주 방문하는 시설에 총 50명의 여자아이가 입소해서 생활하는데, 심리 전문가 한 분이 상담하고 일지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모자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호처분 1호(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 위탁·10살 이상 최대 1년)를 받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에서 생활하던 한 소년의 모습.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보호처분 1호(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 위탁·10살 이상 최대 1년)를 받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에서 생활하던 한 소년의 모습.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소년법 전문 변호사인 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4월 숙의 토론회에서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밝혔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는 뭔가요? 결국 촉법소년 범죄와 재범을 줄이자는 것 아닐까요? 범죄를 줄이려면 그 원인을 없애야죠.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범죄 피해 아이들이 대부분 소년보호재판에 오게 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충분히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학교에 적응 못하고, 학교에 적응 못해 바깥에서 떠돌다가, 자기 상황을 이해해주는 다른 비행 청소년들을 만나서 결국에는 비행에 가담하게 됩니다. 형사처벌한다고 이 고리를 끊을 수 있겠습니까? 피해자인 그 상태부터 재빨리 보호해야 하고요. 정신질환 빨리 치료해줘야 해요. 부적응하면 학교가 아니라도 갈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고리가 끊어지죠.”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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