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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명 중 8명은 세입자… “민달팽이여도 괜찮은 세상 꿈꿔요”

등록 2026-08-27 22:06 수정 2026-08-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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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규 제공

서동규 제공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8명은 누군가의 집을 빌려 사는 세입자, 즉 ‘민달팽이’들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집을 찾아 나서야 하고, 전세사기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그런 세입자들의 곁을 15년째 지켜온 단체가 있다.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 불평등 완화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다.

2011년 연세대 학생들이 손잡고 출범한 민달팽이유니온은 어느덧 회원 700여 명이 함께하는 국내 대표 주거권 시민단체로 거듭났다. 이들은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과정에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를 만들고, 전세사기 피해를 사회적 문제로 알리며 특별법 제정에도 힘써왔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사진)은 대학생 시절 전대차(임차인이 자신이 빌린 공간을 제3자에게 재임대) 계약 때문에 원치 않는 퇴거를 겪고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016년 단체에 가입해 2022년부터 상근활동가로 일하다 2025년 2월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6년 민달팽이유니온 창립 15주년을 맞아 서 위원장에게 우리나라의 주거 현실을 물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공통된 목소리가 있다면.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신당했다'는 감정이다. 투기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정해둔 방식대로 집을 구했을 뿐인데, 막상 문제가 터지자 정부·은행·중개사까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지방자치단체가 홍보한 사회주택이나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마저 보증금을 떼이면서 시스템에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연대하면서 가장 크게 부딪쳤던 어려움이 무엇인가.

“정책과 제도를 신뢰하고 집을 구했던 청년 세입자들이 시스템 결함 때문에 끝내 목숨을 잃는 현실이 큰 충격이었다. 경매 유예나 신탁 주택 피해 구제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공고한 ‘재산권·소유권’ 중심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해야 했던 점이 가장 큰 과제였다.”

―전세사기 피해 대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나.

“경매 유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피해 주택 매입 대책, 전세사기 최소 보장제 등이 도입되며 초기보다 구제책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분의 1 수준의 최소 보장만으로는 여전히 개인회생으로 내몰리는 피해자가 많다.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 대체할 공공임대주택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세사기특별법에도 구멍이 많다는데,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부분이 뭔가.

“전세사기 외국인 피해자가 500명이 넘는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보증금을 모았다. 그들이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데도 주택도시기금 활용 규정 등을 이유로 LH 매입이나 저리 대출 등 핵심 구제책에서 배제돼 있다. 또 특별법의 일몰 기한이 다가온다. 2027년 5월31일 특별법이 종료되면 2025년 6월1일부터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특별법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대항력 발생 시점 단축, 최우선변제금 제도 합리화, 임대인 매매시 통지 의무화 등 국회에 발의된 예방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어떤 역할을 해나갈 계획인가.

“전세사기 수법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공인된 피해자 4만 명 외에 수많은 피해 세입자가 있다. 그들과 끝까지 연대하며 권리 구제를 도울 것이다. ‘세입자로 살아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다수 언론은 주로 ‘어디에 몇만 호를 짓는다’ ‘이런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 식으로 주거 담론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집을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된다. 현실은 자가주택 소유자가 평균 11.5년을 거주하는 데 견줘 세입자는 평균 3.5년밖에 살지 못한다. 한겨레21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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