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헌 춘천MBC 피디, 방송계 프리랜서 위해 또 한 걸음 내딛다

춘천MBC 김남헌 피디
11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 2022년 2월 일방적 해고(재계약 중단)를 당해 ‘제2의 이재학 피디’로 불렸던 춘천문화방송(MBC) 김남헌 피디(제1600호 참조)가 2026년 6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소송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의 값진 승소다. 대법원 3부(오석준 재판장)는 김 피디가 춘천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 가운데 김 피디가 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 피디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내의 어떤 직군에 해당하지 않아 임금·수당·연차 등에서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 오해가 있다는 취지다. 그간 방송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고용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김 피디에게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판결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춘천MBC에서의 생활은 판결 이후 계약서를 다시 쓴 건 아니라서 달라진 것은 없다. 1심에 이어 2심에서 승소한 뒤 2026년 1월 복직했을 때와 같다. 하루 6시간 근무에 주당 43만원을 받으며 ‘완제’(광고 편성에 맞춘 방영분 편집) 업무만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제일 크게 달라진 것은 마음이 편해졌다는 점이다. 이전의 막연한 기다림과는 달리 이번 판결로 부당했던 모든 것이 바로잡힐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건강도 호전되고 있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동안 방송사들은 프리랜서들이 법적 다툼 끝에 노동자성을 인정받더라도 기존 직군 체계에서 배제하려고 했다. 춘천MBC 역시 1·2심에서 승소했을 때 기존 일반직·업무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직군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이번 판결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판결문을 보면, ‘기간제법 제4조 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원고에게 동일한 부서 내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근로를 제공하는 일반직 또는 업무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짚으며 ‘실제 수행한 업무 내용 등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하라는 뜻이다. 고 이재학 피디 판결이 ‘노동자성’ 판단의 판례가 됐다면, 내 판결은 ‘동일 처우’에 대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본다.”
―춘천MBC 쪽은 어떤 반응인가.
“회사 쪽에서 합의 시도도 몇 차례 해왔다. 처음엔 소모적인 소송을 계속하는 것에 지치기도 했고, 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빨리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4년 넘게 고생했고 향후 방송계 프리랜서의 처우에 엄청난 영향을 줄 판례가 될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명감도 있어 파기환송심을 통해 확실히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이긴 싸움이지만, 내가 받아야 했을 임금, 연월차 수당, 휴가보상비 등을 10원 단위까지 철저히 요구해서 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내가 고 이재학 피디의 판결을 토대로 1·2심에서 승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 사건이 이후 비슷한 소송을 할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향후 계획은.
“‘회사를 관두게 되면 유튜브를 할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도 승소했으니, 하하하. 사실은 회사가 내가 하고 싶은 좋은 프로그램을 맡길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에 회사 내에서 여러 사람이 본의 아니게 참전(?)하면서 관계가 껄끄러워지기도 했다.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도 과제라고 본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당장은 이번 판결이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많이 알리고 싶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은.
“싸움하는 과정에서 한겨레21의 보도가 큰 도움이 됐다. 고맙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혹은 프리랜서 동료가 많다. 한겨레21이 그런 싸움에 주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계속 전달해주길 바란다.”
글·사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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