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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선생처럼 끝없이 성찰하고 실천할게요”

우석균 선생 묘비 제막식 참석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인터뷰
등록 2026-09-03 22:10 수정 2026-09-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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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23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제막한 고 우석균 선생 묘비와 함께 선 (왼쪽부터)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이상윤 대표.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제공

2026년 8월23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제막한 고 우석균 선생 묘비와 함께 선 (왼쪽부터)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이상윤 대표.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제공


2026년 8월23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우석균 선생의 묘비 제막식이 열렸다.(제1618호 특집 참조) 참가자들은 그가 생전 즐겨 부르던 ‘상록수’ ‘동지를 위하여’ ‘인터내셔널가’를 함께 부른 뒤 묘비에서 흰 천을 걷어냈다. ‘비상브레이크였던 의사’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사회를 본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와 얘기를 나눴다. 그는 고인의 절친한 후배이자 오랜 동지였다.

―글귀에 담긴 뜻은.

“발터 베냐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따왔다. 혁명을 ‘세계 역사를 진보시키는 기관차’로 보던 당시 지배적 인식과 달리, 베냐민은 폭주하는 기관차의 비상브레이크로 봤다. 우 선생 또한 혁명을 지향했고, 관성적으로 이뤄지는 사회운동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베냐민을 무척 좋아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제안했고, 다른 이들도 동의해줬다.”

―우 선생의 무엇을 기리고자 하는지.

“우 선생은 이론가나 학자, 정책가이기보다 사회운동가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회운동을 하면서 늘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걸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걸 좋아했다. 그가 가장 크게 남긴 것은 늘 성찰적이었던 그의 사회운동을 보고 배운 후배들이 아닐까. 또한 후배들의 끝없는 성찰과 실천이 그를 온전히 기리는 게 아닐까.”

이상윤 선생은 배우자인 변혜진 선생(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과 함께 최근 책 ‘사회의학’(하워드 웨이츠킨 외 2명 지음, 이매진 펴냄)을 번역했다.

‘사회의학’, 하워드 웨이츠킨 외 2명 지음, 이상윤·변혜진 옮김, 이매진 펴냄

‘사회의학’, 하워드 웨이츠킨 외 2명 지음, 이상윤·변혜진 옮김, 이매진 펴냄


―‘사회의학’은 어떤 책인가.

“사회의학의 역사와 현실, 전망 등 다양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사회의학이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서 보여준 당대 노동계급의 건강 문제와 여러 시스템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승한 학문이다. 매우 다양한 붐을 이루면서 유럽, 남미, 동아시아, 아프리카까지 확산했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인 1910~1920년대에 많은 의사가 토착적인 사회의학을 고민하고 실천했는데,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탄압받고 명맥이 끊어졌다. 그러다 다시 1970~1980년대에 사회의학의 문제의식이 자생적으로 발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역사적 뿌리와 함께 현재 세계적으로 어떤 문제의식과 실천이 이뤄지는지 공유하고 싶어 책을 번역했다.”

―지금 한국 의료는 사회의학과 아득히 멀어 보인다.

“분단 이후 기능주의적이고 전문주의적이며 체제 내적인 의료가 압도하면서 상업적 이해관계가 득세하는 쪽으로 질주해온 결과다. 지금 의사 부족과 의사들의 사회 의식 부재 등이 많이 거론되는데, 거기에는 이렇듯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뿌리가 있다. 그러나 거기에 역설적인 희망이 있다. 역사와 구조를 인식한다는 건 다른 방향으로 정책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정권에 기대해볼 만한가.

“이재명 정권은 민주주의를 심화하라는 요구와 심각한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라는 요구를 동시에 받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둘 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격화하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쟁에 대응하는 일도 긴박하지만, 민주주의 심화와 사회 불평등 완화를 이와 분리된 과제로 보면 안 된다. 두 과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실망한 다수가 극우적 선택을 할 위험이 매우 크다. 의료와 건강 서비스는 우경화 저지라는 면에서도 결정적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보건의료운동 쪽도 ‘사회적인 것’의 회복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

―한겨레21에 바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언론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에스엔에스(SNS)나 대중추수적인 보도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힘들겠지만,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증폭해서 사회에 들리게 하고 관심 밖에 있는 중요한 문제를 발굴해 여론을 형성하는 데 더욱 힘써달라. 한겨레21이 비상브레이크가 되길 바란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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