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에게 ‘사장님’ 탈을 씌우던 시대는 끝날까

교차로에서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배달 라이더 노동자들. 한겨레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계약 형태가 아닌 실제 일하는 방식으로 노동권을 규정해야 한다는 판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서울고법은 2026년 7월3일 모바일 배달 플랫폼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배달 라이더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4년 1심은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법원이 플랫폼 배달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형식보다 실질을 봤다. 라이더와 회사의 관계를 업무의 지휘·감독·통제를 받는 종속 관계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계약 형태로 인해 특수고용노동자 즉, 사장님으로 분류되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등의 노동법상 기본권 문제가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는 7월8일 성명을 내어 “법 개정이나 새로운 입법이 없더라도,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사안에서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판시 내용은 큰 울림이 있다”며 “근로자성 추정제도 도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근로자성 추정제도는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일단 노동자로 본다’는 법적 추정을 두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인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거나 5명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 등 더욱 직접적인 적용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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