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에 ‘잔액 부족’ 알림 뜬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부가 2026년 3월부터 시행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정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한 자치구에 사는 80대 노인 ㄱ씨는 당뇨와 거동이 불편한 신체 상황이 겹쳐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퇴원했지만, 요양원에 가는 대신 혼자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홀로 일상을 살기가 쉽지 않지만 집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구청은 대신 의사가 노인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진료와 물리치료사의 방문재활, 식사지원, 가사지원, 이동지원, 주거환경 개선 등을 ㄱ씨에게 연계해줬다. 이렇게 ㄱ씨가 병원이나 시설에 가는 대신 의료와 돌봄을 하나로 묶어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2026년 3월 말부터 정부가 시행한 ‘지역사회 통합돌봄’(통합돌봄) 사업이다.
하지만 통합돌봄 사업이 시작한 지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삐걱대고 있다. 당장 2026년 10월부터 통합돌봄 사업 신청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배정된 국비 예산이 벌써 바닥을 드러낸 탓이다.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지방자치단체 지원도 있어 전국에서 가장 통합돌봄이 잘 이뤄지고 있는 전남광주마저 예산 부족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전남광주의 한 자치구 통합돌봄 담당자는 “(지금 상태로는) 9월이나 10월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이 없으면 신청자에게 주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복지관 등에 연계하는 형태가 될 것이고, 해당 기관에서도 지원이 가능하지 않다고 하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2026년 3월부터 시행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정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2026년 3월 말 통합돌봄 사업을 시행하면서 2026년도 9개월 동안 배정한 예산은 914억원이다. 그런데 이 예산이 9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이미 2026년도 예산을 시·군·구마다 배분하며 시범사업 때 배분한 지자체별 5억4천만원에 견줘 절반에 불과한 평균 2억7천만원만 지급했다.
더욱 문제는 2027년도 예산이다.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하며 2027년도 통합돌봄 예산을 1200억원 안팎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00억원이 1년치 예산임을 고려하면, 예산이 사실상 동결됐다고 볼 수 있다. 복지부가 통합돌봄을 시작하며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1단계 (노인·장애인) 대상자가 250만 명”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2027년도 예산 1200억원으로는 대상자 1명당 월 4천원의 국비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은 “공무원들도 사업이 활성화되면 예산이 금방 바닥난다는 것을 안다”며 “열심히 하자니 돈이 떨어지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자니 비판받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지준 돌봄재정공동행동 집행위원장도 “올해도 현장에서 예산이 부족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내년도 예산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정부가 통합돌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합돌봄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의 사업 구상은 장기요양보험에 따라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사업 이상의 돌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통합돌봄에서는 노인·장애인의 건강과 생활 상태를 조사해 개인별 돌봄 계획을 세우고, 방문진료·방문간호·방문재활·식사지원·주거환경 개선 등을 맞춤형으로 연계한다. 노후를 집에서 보내도록 의료·돌봄·재활 등을 묶어서 제공하는 시스템이어서 통합돌봄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담 조직과 사례관리 인력, 병원과의 협력체계, 지역 서비스 공급망을 함께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도가 이미 시행됐음에도 예산이 부족해 전담인력조차 턱없이 모자라는 상태다. 정부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 통합돌봄 전담조직 설치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배치된 공무원 5284명 가운데 4165명은 기존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전담인력 채용은 2026년 10월 시작될 예정이다. 게다가 장애인에 대한 통합돌봄은 일부 지자체에서 아예 시행하지도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 통합돌봄 사업의 운영 현장에선 국비 지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김이배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이 2026년 4월 집계한 지방정부 돌봄재정 실태를 보면, 경기도의 한 도시는 읍·면·동의 통합돌봄 인력 배치가 늦어지면서 행정업무에 과부하가 나타났다. 또한 통합돌봄 판정 인력은 부족한데 신청자는 늘면서 대상자가 서비스를 받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전북의 한 도시는 예산에 견줘 신청자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신청자 가운데 일부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자체의 이런 상황은 한국의 복지 사업 대부분이 중앙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벌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분석을 보면, 서울특별시 자치구(43.55%)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사회복지 국고보조 사업에서 국비 비율이 60%를 넘었다. 이 때문에 통합돌봄 역시 국비 규모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김이배 전문위원은 “지자체는 예산을 주면 하고 안 주면 못하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지방정부도 자체 예산을 더 투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도 “돌봄은 지방자치 업무여서 시·군·구의 자율성이 필요하지만, 판을 깔아주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제도의 틀을 만들고 충분한 예산 지원을 해줘서 지역별로 공공성 있는 공급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중앙정부의 이런 역할은 특히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초창기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연구한 정부 용역에서도 국비 투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모니터링 및 효과성 평가 연구’(2025)는 “전반적인 의료-돌봄서비스의 단계적인 확충을 위해서는 재정지원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며 “불충분한 서비스를 확충하는 노력과 함께 이러한 서비스 간 적절한 연계 체계를 구축하여 수요자 중심으로 빈틈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국비 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통합돌범 사업의 지역 격차도 심화할 우려가 있다. 이미 통합돌봄 시행 100일 동안 전남광주는 65살 이상 인구 1만 명당 신청자가 93.3명이었지만 울산은 21명에 그쳤다. 시범사업을 오래 운영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정책적으로 사업에 주력해온 곳과 아닌 곳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정부 국비 지원 부족으로 인한 재정 여건까지 더해질 경우 지역별 돌봄서비스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지준 위원장은 “광주처럼 이미 기반을 갖춘 지역은 사업이 그나마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인력도 부족하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6년 3월27일부터 시행한 통합돌봄 서비스 구조도. 정책브리핑 누리집 갈무리
전문가들은 정부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한 2027년도 통합돌봄 예산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6447억원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돌봄과 미래의 돌봄재정티에프(TF)가 정부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65살 노인과 장애인 수, 이용률 등을 고려해 정부의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든 비용을 추산했더니, 2027년에 통합돌봄 사업을 운영하면 복지 인건비와 통합돌봄서비스 지원에만 최소 2623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에프는 통합돌봄 이용자 1명에게 연 131만9천원은 지원돼야 최소한의 사업이라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티에프는 현재 부족하거나 확장해야 하는 주야간보호·방문요양·재택의료·방문재활 기관과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의 인프라 투자에도 향후 5년 동안 모두 1조9121억원이 든다고 분석했다. 인프라 투자를 5년 분할해서 배정하면, 2027년에는 3824억원이 추가로 든다. 통합돌봄 사업 운영에 2623억원, 인프라 투자에 3824억원을 합쳐 모두 6447억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게 티에프의 계산이다.
김용익 이사장은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지출이 아니라 지역의 의료와 돌봄, 주거산업, 일자리를 함께 키우는 투자”라며 “정부가 인공지능(AI)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돌봄에는 인색하다면 제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지금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엔진과 바퀴를 달지 않은 상태와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예산 심의가 진행 중이어서 얼마가 반영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통합돌봄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지속해서 보완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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