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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H “세운4구역, 설계공모 필요” 라더니, 공모 없이 희림에 설계 줘

SH “용적률 높이려면 설계 공모 재실시 필요” 적시… 사업 속도 등 들어 계획설계권까지 수의계약
등록 2026-01-15 22:40 수정 2026-01-19 11:38
2026년 1월13일 서울 강동구 상일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1월13일 서울 강동구 상일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오세훈 시장 체제의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올려 145m 높이 고층 건물을 짓게 되면서 새로운 설계용역을 맡기기 위한 “국제공모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던 SH의 내부 보고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겨레21이 법률상 공모가 필요한 500억원대 설계용역 사업을 윤석열 정부 내내 특혜 의혹을 받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고 보도(제1592호 참조)하자 ‘별다른 공모 절차가 필요 없다’고 반박했던 SH의 입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딘순 변경계약’이라더니 ‘전면적 재설계’

앞서 한겨레21은 2025년 12월 초 서울시가 2023년 세운4구역 용적률을 1.6배가량, 건물 높이를 2배 이상 높이기로 한 뒤 기존 계획설계권자인 네덜란드 업체 ‘케이캅’(KCAP)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아무런 공모 절차 없이 중간·실시설계권자인 희림에 메인 설계권을 뜻하는 계획설계권까지 부여하는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와 SH는 이에 대해 “케이캅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지 않았다”며 “희림은 19년 전 ‘국제지명현상설계’를 통해 당선(2등)돼 계약된 업체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건축설계용역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역 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기 위한 수의계약이 아니다”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한겨레21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SH의 보고서들을 보면, SH가 용적률 상향 이후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단순한 변경계약’이 아니라 ‘전면적 재설계’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전면적 재설계이기 때문에 새로운 설계를 위한 공모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SH가 2024년 2월22일 작성한 ‘건축설계 용역 계약변경 시행보고’를 보면, ‘전면 재설계 추진 방안’ 항목에서 SH는 “우리 공사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에 의거 1억원 이상 신규 설계용역 추진시, 설계공모 시행 필요”라고 적었다. 앞서 한겨레21이 인용해 보도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2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와 같은 맥락이다. 이 법률은 공공기관이 설계비 추정가격 1억원 이상인 건축물의 설계를 발주하는 경우에는 공모 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하는데, SH도 당연히 이 법률에 따라 운영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재개발 사업에서 기술자문과 관리감독을 하는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건설사업관리단도 공모 절차의 필요성을 검토했다. 관리단이 2024년 2월15일 작성해 SH에 제출한 ‘건축설계용역 계약변경 검토 보고’를 보면, “설계공모시 소요 절차 및 기간을 검토한다”며 공모를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검토했다. 관리단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미확정돼 설계공모지침서 작성을 위한 규모 제공이 불가능하다”며 “설계공모 전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및 설계지침서 작성을 위한 기획설계 업무 수행 업체 선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설계변경률 100%’ 명시한 SH

특히 세운4구역은 오 시장이 용적률을 올린 뒤 나온 어떤 수치를 봐도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우선 빌딩 수부터 달라졌다. 용적률을 올리기 전(2021년 12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기준) 설계로 예정된 건물 수는 11개동이었는데, 용적률을 올린 뒤(2023년 7월 계획안 기준)에는 6개동으로 줄었다. 건폐율이 67.62%에서 33.34%로 줄어들면서 건축면적은 2만186.48㎡에서 9954㎡로 작아졌다. 대신 용적률은 660.10%에서 1027.72%로 367.62%포인트 올라, 높이도 최고 70m에서 152.9m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층수 지상 20층, 지하 6층 규모의 연면적 9만4405평(약 31만2083㎡)에서 지상 38층, 지하 8층, 연면적 14만5천 평(약 47만9339㎡)으로 18개층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SH가 2024년 2월22일 작성한 ‘세운4구역 건축설계용역 변경설계비 산출근거’ 문건을 보면, 세운4구역 설계변경률은 100%로 적혀 있다. 설계변경률 100%란 “당초 설계 대비 공사비(또는 물량)가 동일한 규모만큼 증감했다”는 뜻으로, 설계가 처음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즉, 아예 새로운 설계라는 뜻이다.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 등 모든 단계의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 설계비용도 기존의 353억원에서 520억원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의 의지대로 세운4구역 용적률을 올린 상태에서 건물을 지으려면, 모든 기존 설계 업체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설계를 위한 국제설계현상공모를 실시해야 했다.

하지만 SH는 이 보고서들에 담긴 내용과 달리 설계공모를 진행하지 않았다. 비용 절감과 재개발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서다. SH는 보고서에서 “촉진계획 변경업무의 시급성을 고려, 주민대표회의 협의사항을 반영하여 기존 건축 설계용역 계약변경을 통해 과업을 추가하여 설계변경 추진시, 설계공모 추진 대비 7개월 기간 단축 및 70억원의 예산 절감 가능하다”고 적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희림을 치켜세우며 희림에 계획설계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론 낸다. 앞서 희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세운4구역 설계 규모가 바뀌면서 다시 설계공모를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SH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힌 한겨레21 제1592호 보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4년 2월22일 작성한 ‘세운4구역 건축설계용역 계약변경 시행보고’에서 세운4구역 전면 재설계에 따라 설계공모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4년 2월22일 작성한 ‘세운4구역 건축설계용역 계약변경 시행보고’에서 세운4구역 전면 재설계에 따라 설계공모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케이캅과 계약 파기… “동의받았다” 해명 거짓

관리단도 역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모 절차는 생략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한다. 관리단은 설계공모에 모두 202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계공모 미진행시 대비 설계변경 기간 약 7개월 이상 추가 소요 예상”된다며 공모 대신 설계변경만 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비용 역시 “설계공모 미진행시 대비 22억4340만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SH는 이후 희림이 △세운 5-1·3구역 건축설계업체라는 점 △국제현상설계 당선 다수, 건축상 수상 다수라는 점 △현상설계 전문가 디자이너 풀 보유 등을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요청하는 혁신 디자인 구현에 적합한 업체로 판단되므로 기존 설계용역 계약을 통한 과업 추진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서울시와 SH가 왜 이미 계획설계권을 가지고 있던 케이캅과의 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희림에 변경 계약을 안겼냐는 점이다. SH는 이를 두고 “2017년 계획설계 변경을 목적으로 실시한 국제현상설계공모로 당선된 케이캅과 SH의 계약은 공식적으로 2018년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24년까지 세운4구역의 공식 디자인은 케이캅이 설계한 것이었다. 단지 케이캅의 파트너사이던 정림건축과 SH의 계약은 2018년 종료됐고, 케이캅은 파트너사를 희림으로 바꿔 다시 SH와 계약한 것뿐이다. 케이캅은 실제 2024년까지도 계획설계권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했다. SH의 ‘건축설계용역 계약변경 시행보고’(2024년 2월22일)에 케이캅은 대안 제시, 자문, 사후설계 관리, 디자인 검토 등의 업무가 남아 있었다는 점이 적혀 있다. 이에 7천만원가량의 금액이 케이캅에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SH는 “2024년 2월 케이캅의 동의를 받아 (계약을) 종결했다”고 밝혔지만, 케이캅은 당시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이에 항의 표시를 했다는 점에서 SH의 입장은 다시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케이캅은 2023년 8월 SH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같은 달 30일 항의 서한을 보냈다. 케이캅은 “설계안이 취소되고 설계변경이 요청됐다는 소식을 듣고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케이캅과 사전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조차 없이 발주처(SH)가 설계변경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3년 5월11일 작성한 ‘세운4구역 시장분석 및 계획검토 자문회의’의 일부. 케이캅(KCAP)이 계획설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실시설계를 맡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3년 5월11일 작성한 ‘세운4구역 시장분석 및 계획검토 자문회의’의 일부. 케이캅(KCAP)이 계획설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실시설계를 맡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한호건설 포함된 주민대표회의가 재촉

또 케이캅은 자신들에게 계획설계권이 있으니 설계변경을 하더라도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캅은 “당사는 본 설계변경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당초 설계 범위 및 계약에 포함된 사항”이라며 “케이캅은 세운4구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재 설계안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국제적 수준의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업데이트 과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SH는 이런 요청에 답하지 않고 정산에 대한 공문만 보냈다. 케이캅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했다는 사실도 보고서에 기록됐다. SH에 보고된 건설사업관리단의 ‘건축설계용역 계약변경 검토 보고’에는 “금번 설계변경은 케이캅의 책임이 아닌 사유이므로, 중단된 시점까지의 설계용역비는 지급하여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케이캅은 아무 위약금도 없이 수행한 과업에 대한 금액만 정산받았다.

세운4구역 설계가 변경된 데는 한호건설이 포함된 주민대표회의의 요구가 있었다. 주민대표회의는 2023년 3월27일 SH에 공문을 보내 착공 준비 보류와 설계변경 추진을 요청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6월5일에는 SH에 “희림 컨소시엄과의 설계계약 변경”을 요청한다. 주민대표회의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SH에 “빠른 설계변경”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SH도 내부 보고서에 공모 대신 희림과의 계약변경을 하게 된 배경으로 “본 건설공사 착공 예정이었으나, 주민대표회의로부터 사업성 향상을 위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및 설계변경 추진 요청 접수”라고 설명한다.

또 의아한 점은 이미 계약변경을 하기도 전부터 희림이 이미 설계변경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SH가 2023년 9월 작성한 ‘건축설계용역 계약변경 추진계획’을 보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업무의 시급성 고려, 설계변경 업무 선 착수(2023년 4월)하여 진행 중”이라고 적었다. 이때는 계획설계권자인 케이캅이 아직 계약 중이고, 케이캅에 설계안 폐기와 계약 해지를 통보(2023년 8월)하기도 전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희림이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메인 설계권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희림은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로, 윤석열 정부에서 각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다. 희림이 수의계약으로 새로운 세운4구역 설계계약을 맺은 때는 윤석열의 재임 기간인 2024년 2월이다.

취재진에 희림·SH 모두 ‘답변 거부’

희림은 윤석열이 대통령실을 이전할 때 설계와 감리를 맡았다. 또 희림은 윤석열의 대통령 취임 전 관급공사 수주액이 3년3개월 동안 586억원에 불과했지만, 취임 뒤 2년4개월 동안 약 1800억원 규모의 관급공사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희림의 최대주주인 정영균 회장과 창업주인 이아무개씨가 수십억원 규모의 주식 매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드러났다.(44쪽 기사 참조) 희림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각종 청탁을 한 사실도 특별검사 수사로 밝혀진 상태다.

희림 관계자는 한겨레21의 관련 질의에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을 드리기가 어렵다. 서울시 입장을 참고해주셨으면 한다”고만 밝혔다. SH는 2025년 12월1일부터 2026년 1월 현재까지 “국회의원, 시의원 등의 자료 요구가 많아서 언론의 질의에 답할 수 없다”며 한겨레21의 질의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25년 12월9일 성명을 내어 “완전히 다른 개발계획이 수립된 상황에서 설계공모 없이 특정 컨소시엄에 전 단계 설계를 몰아준 것은 법이 요구하는 공정경쟁 원칙과 설계공모 제도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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