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16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 행정관에 차려진 농성장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이 승리의 ‘투쟁’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4시께였다. 일을 마친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이 들뜬 얼굴로 캠퍼스 행정관에 하나둘 모였다. 지난 두 달간 근심과 분노로 향했던 길이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2주간 추위 속에서 먹고 자며 농성한 끝에 악덕 하청업체를 몰아냈기 때문이다.
서울여대는 2025년 12월18일 청소용역 계약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태가비엠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앞서 청소노동자들은 ‘관리자 폭언과 노조 차별을 일삼는 업체’라며 태가비엠 퇴출을 요구했다. (관련기사☞청소 노동자들에게 노란봉투법이 ‘그림의 떡’인 이유는) 2016년 태가비엠 대표 등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병원 사무국 직원들과 공모해 노조파괴를 벌였다가 2024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작전명 ‘머리 자르기’ 등 노조 고사를 위해 다양한 공작을 짠 태가비엠 문건을 대거 확보했다. 앞서 2018년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끝에 태가비엠을 내보냈고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도 태가비엠 계약 9년 만인 2025년 업체 퇴출 투쟁을 시작했다. 12월1일부턴 두 명씩 매일 농성장에서 불침번을 서며 숙식하는 천막농성을 벌였다.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의 대자보가 건물에 붙어있다. 신다은 기자
서울여대 학생들도 연대했다. 학생 2560명이 연서명을 대학본부에 제출했고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슈니들’이라는 학생 동아리도 만들어졌다. 학교 곳곳에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입찰 결과 나올 때까지 정말 벌벌 떨리고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힘들었어요. 십 년 감수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싶을 정도로요. 다행히 결과가 잘 나와서 조합원들께 알렸더니 다들 ‘만세’ 삼창을 하시고 아주 날아갈 것같이 좋아하셨죠. 이제는 지난 9년간 없어진 것(권리)을 찾아야죠. 연차 개수 인정받는 거며 할 일이 많아요.” 지순예 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여대분회 ) 분회장의 말이다.
노조는 청소노동자를 외면한 학교본부 태도를 비판했다. 서울여대 쪽은 업체 선정 과정에서 다른 업체에 인건비 정보 일부를 누락하는 등 입찰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소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도 이윤선 서울여대 총장은 천막 농성 15일간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낙찰자를 발표하는 12월16일에도 “일정이 있다”며 만남을 거부했다.
노조는 “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이런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을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청소노동자들과 성실히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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