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부부·성소수자 가족의 인구주택총조사 참여방법을 안내하는 카드뉴스. 모두의 결혼
더 이상 ‘오류’가 아니게 됐다. 2025년 10월22일 시작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최초로 동성 ‘배우자’를 입력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조사까지는 동성일 경우 가구주와의 관계를 ‘배우자’로 등록하면 입력 오류 처리됐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대선을 맞아 가장 먼저 꼽은 정책요구인 ‘성소수자 국정과제 마련’이 일부 실현된 뜻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복지·경제·교통·의료 등 국가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 가정의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5년마다 진행하는 통계조사다. 국가 정책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확보하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미래 예측의 기반이 되는 설계도가 된다.
하지만 2020년 조사까지는 가구 형태를 묻는 말에 동성을 입력하면 배우자로 등록되지 않았고, 아예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았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처음 비판하며 “가장 극단적인 차별 중 하나가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데이터처는 “배우자 성별이 같으면 입력을 원천적으로 막는 게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어 열어놓은 것”이라며 “가구 형태가 변하면서 비혼 동거, 동성 커플이 늘고 이들 인구를 판단해야 정책도 세울 수 있어 조사에 반영했다”고 응답했다.
동성 배우자가 국가 통계에 등장하게 된 것은 제도적·사회문화적으로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 사회에 존재하는 동성 커플을 국가 통계상 ‘보이지 않는 존재’로 두는 현실의 변화가 첫발이다. 이 변화는 소수자들을 복지·주거·건강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정책의 대상자로 등장시킬 것이다.
다만 동성 배우자 수치가 국가 통계로 발표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조사는 하되 통계 수치로 잡아 발표하진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포용적 조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니지만, 실질적 변화는 통계 공개가 이뤄질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어떤 숫자는 우리가 배제해온 진실을 말하는 언어일 수 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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