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지석 검사가 2025년 10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관련 질의에 답변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검사가 울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쿠팡은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울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할 물건을 고르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소속된 회사다. 2025년 9월 기준 이 회사의 일용직 노동자는 1만9960명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23년 5월 갑자기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관련 취업규칙을 바꿨다. 1만9960명이 하루아침에 퇴직금을 받기 어렵게 한 것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근무 당시 문지석 부장검사와 수사검사는 쿠팡의 이 조처가 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이라고 봤다. 하지만 상급자인 엄희준 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핵심 증거를 대검 보고서에 누락하게 해 쿠팡이 무혐의 처분을 받게 했다고 문 부장검사는 주장했다. 엄 전 지청장은 이 주장이 허위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검찰 윗선과 거대 물류기업 쿠팡이 결탁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의 쌈짓돈을 빼앗으려 한 정황은 뚜렷하다.(이번호 뉴스 큐레이터)
한국의 검사는 집단 의견을 자주 낸다. 최근 검찰청 해체 법안 통과 이후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그랬고,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 때는 평검사 207명이 나섰고, 2011년 검경 수사권 일부 조정 때도 평검사들이 건의서를 냈다. 이 집단 의견은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될 때만 나온다. 검찰 지휘부를 흡족하게 하는 집단행동인 셈이다.
이들은 정작 검찰 지휘부가 부당한 일을 저질렀을 땐 침묵하거나 되레 지휘부에 동조했다. 김대현 부장검사의 폭언·폭행 이후 김홍영 검사의 자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서지현 검사의 미투 때 그랬다. 검사의 집단 의견이 조직의 민주적 운영이나 사회적 대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의 이익과 조직의 보위를 위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이번호 포커스)
이 두 장면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검찰개혁 논의에선 문지석 부장검사의 눈물이 의미하는 개혁 논의는 쟁점이 아니었다. 정치권은 검찰의 부당한 기소독점권 행사나 수사 지휘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나 장애인,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개혁 논의보다 검찰 권력이 특정 정치 세력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 논의에 더욱 집중했다.(지난호 n번방 재판 방청기)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2025년 10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힌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사법개혁 논의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2025년 10월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인 회동설’ 등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바탕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가한 공격은 사법개혁의 당위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에 대한 한풀이에만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조요토미 희대요시’ 인쇄물을 들고 “친일 사법부” 음모론을 제기한 민주당 위성정당 출신 최혁진 무소속 의원의 행태는 그 정점이었다.(이번호 이슈)
검찰과 사법을 개혁하는 까닭은 법이 기득권의 이익과 충돌하는 사안에서 최소선만을 강제하며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마저 기득권의 이익에 충실하면 사회적 약자가 기댈 곳은 결국 정치뿐이다. 정치가 지금처럼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대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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