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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억 빅트리에 시민들 “다시없는 흉물”

마산 인공섬·민주주의전당도 비판… 애물단지 느는데 창원시장은 공석
등록 2025-09-25 21:47 수정 2025-10-01 17:28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에 세워진 빅트리. 흉물스럽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2025년 10월1일 예정됐던 정식 개관이 취소됐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에 세워진 빅트리. 흉물스럽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2025년 10월1일 예정됐던 정식 개관이 취소됐다. 창원시 제공


‘마산 인공섬’에 이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과 ‘빅트리’까지…. 경남 창원에 애물단지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장이 공석 상태라서 근본적인 해법은 2026년 7월 새 시장이 취임한 이후에나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창원시는 “창원의 상징을 만들겠다”며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에 344억원을 들여 40m 높이의 큰 나무 모양 건축물인 ‘빅트리’를 세웠다. 민간사업자가 대상공원 전체 사업면적 95만7천여㎡의 87.3%에 빅트리 등 공원시설을 조성해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12.7%에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을 지어 수익을 내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진행했다. 2025년 8월 말 완공해 10월1일 정식 개관할 예정이었다.

시민 85% 빅트리 부정 평가한 이유

빅트리 1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면 창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런데 빅트리의 전체 모습이 드러난 지난 초여름 “세상에 다시없는 흉물이 창원에 들어섰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완공 시점에 다가갈수록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아예 허물어서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창원시의회도 “상징성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다”며 대책 마련을 창원시에 요구했다.

결국 창원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 8월4일부터 17일까지 빅트리를 임시 개방했다. 이 기간 1868명의 의견을 모은 결과 빅트리 외형 전반에 대해 85%가 부정적 평가를 했다. 창원시는 10월1일 정식 개관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시민·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10월에 빅트리 개선 디자인·설계 전국 공모를 하고, 2026년 1월까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선작은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실시설계 등 행정절차를 거쳐 개선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창원시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당선된 디자인이 설계·시공 과정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순 디자인 공모가 아닌 디자인·설계 공모를 하고, 심사할 때 구현 가능성 배점을 대폭 높일 방침이다. 또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 선호도를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역사 없는 민주주의전당

빅트리 문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25년 6월10일 창원시는 6·10민주항쟁 38주년에 맞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하 전당)을 임시 개관했다. 정식 개관일은 6·29선언 38주년에 맞춰 6월29일로 정했다. 2001년부터 추진해 개관까지 24년이 걸렸다.

전당은 1960년 3·15의거와 4·19혁명,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 등 대한민국과 창원 지역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시설이다. 3·15의거 당시 눈에 최루탄을 맞고 숨진 김주열 열사의 주검이 발견된 바다와 인접한 3·15해양누리공원에 자리 잡았다. 9천㎡ 터에 지상 3층, 연면적 7895㎡ 규모다. 전당 건립에 353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임시 개관 첫날부터 전시물이 너무 빈약해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초대 건립추진위원장을 지내는 등 전당 건립에 앞장섰고, 김주열 열사와 1960년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입학 동기생인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너무 엉망이어서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하기도 어렵다. 즉각 폐관하고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독재자들이 숨기고 없애려던 민간인 학살 등 불행한 역사가 기록될 때까지 개관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갈수록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창원시는 정식 개관을 무기한 연기했다. 창원시는 임시 개관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시물 수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몇 달째 시민들의 1인시위와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등 전당을 폐관하고 전시물을 완전히 새롭게 갖추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째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도 있다. 마산시(현 창원시) 앞바다에 건설한 ‘마산 인공섬’이다. 옛 마산시와 해양수산부는 3835억원(2024년 기준)을 들여 2019년 말 마산 인공섬을 완공했다. 축구장 90개 크기인 64만2167㎡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큰 인공섬이다.

2003년부터 해양수산부는 마산가포신항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옛 가포해수욕장을 매립해 3만t급 선박 4척이 한꺼번에 정박할 수 있는 부두를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배가 다니는 항로의 수심이 12.5m가 되도록 마산만 바닥을 준설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준설토를 처리할 곳이 필요했는데, 시간과 경비를 아끼려고 가포신항에서 불과 1㎞가량 떨어진 마산 앞바다에 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했다.

창원시는 준설토 투기장을 인공섬으로 건설했다. 환경단체 등 창원시민이 마산만 훼손, 해양 수질오염, 도시경관 훼손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창원시는 인공섬에 해양신도시를 조성하는 ‘마산해양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창원시는 2015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마산해양신도시를 건설할 민간개발시행자를 공모했다. 그러나 업체 결정에 실패하면서 소송까지 휘말렸다. 인공섬은 6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세워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전시물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2025년 6월29일 예정됐던 정식 개관이 무기한 연기됐다. 전당 뒤 바다에 마산 인공섬 일부가 보인다. 최상원 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세워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전시물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2025년 6월29일 예정됐던 정식 개관이 무기한 연기됐다. 전당 뒤 바다에 마산 인공섬 일부가 보인다. 최상원 기자


990억원 빚더미 안긴 인공섬

창원시는 인공섬 건설비용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았다. 이미 지급한 이자만 400억원을 넘겼는데 아직도 990여억원을 더 갚아야 한다. 창원시는 토지를 분양해서 원금을 갚을 방침이다. 그러나 소송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어 분양대금을 받기까지 최소 몇 년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분양에 성공하면 인공섬에 대규모 상업·주거시설이 들어서서, 기존 창원 전체 상업·주거시설의 타격이 우려된다.

허정도 전 경남도 총괄건축가는 “마산 인공섬은 정부의 잘못된 예측으로 파생된 섬으로, 건설업체들의 돈벌이 먹잇감이 됐다.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경남)=최상원 한겨레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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