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29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폭염 실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얼굴에 맺힌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에어컨의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불가마다. 덥고 습한 공기가 온몸을 죄어온다. 뜨거운 볕까지 내리쬐면 몸은 불덩이가 된다. 이번 폭염이 1994년과 2018년의 폭염 관련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거라는데, 무서운 건 그 기세가 2024년부터 2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재난은 일상이 됐다.
과도한 탄소배출이 낳은 기후재난의 피해는 지구에 사는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폭염은 에어컨의 경계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재난을 떠넘긴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수단 없이 농어촌, 건설, 택배·배달, 조선, 청소, 시설 유지·보수, 경비, 주차 관리 등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그들이다. 실제로 2025년 7월7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7월24일에는 제초 작업 현장과 배관 수심 측량 작업 현장에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인 노동자가 잇따라 쓰러져 숨졌다. 뉴스에 보도된 사례만 그 정도다.
하청 노동을 할 가능성이 큰 영세사업장 노동자가 폭염 재난을 떠안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2020년부터 2025년 4월까지 발생한 온열질환 관련 산업재해를 집계한 결과, 산재로 승인된 사망사고는 17건이었다. 이 사망사고의 82%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고, 46%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산재로 승인되지 않은 사망사고도 즐비할 것이다. 폭염 재난은 이렇게 계급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사회적 재난인 이유다.
폭염 때마다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도 잠시나마 목소리를 높이는데, 왜 폭염 재난에 의한 죽음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가. 잠시라도 얼음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아예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이 왜 노동자에게 주어지지 않는가. 한겨레21은 이런 질문을 들고 기자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 결과 3명의 기자가 심박수와 피부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반지형 건강 모니터링 기기를 착용하고 폭염 노동의 대표 작업장인 농업 현장과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택배와 배달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폭염 재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의 경계 밖으로 내몰려 노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지 단 하루라도 직접 겪어보고, 몸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데이터까지 살핀 기록을 에어컨의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언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무 중 하나라고 여겼다. 잠시라도 재난을 함께 겪어봐야 재난 방지 대책도 함께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장에서 확인한 대책은 이렇다. 보편적으로는 기온이 33도 이상일 때나 노동자가 목숨이 위험할 정도라고 판단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개별적으로는 농어업 현장에 이동식 냉방차를 운영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와 노동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현대판 노예 제도’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선 각종 건축자재가 내뿜는 복사열까지 고려한 폭염 작업 기준과 쉼터가 필요하다. 택배노동자가 일하는 물류창고에 냉난방시설과 쉼터, 배달노동자 이동 경로나 직영 마트에 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 대책들도 최소한에 불과하다는 것이 폭염 노동을 하고 온 한겨레21 기자 3명이 내린 결론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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