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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대신 키오스크로 결제하는 ‘무인 가게’… 사람이 떠난 공간, 편리함과 쓸쓸함 사이
등록 2026-07-30 21:12 수정 2026-08-0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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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7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인월~금계) 수성대 삼거리 인근 계곡에서 만난 무인 막걸리 쉼터. 당시 필자 지갑에 잔돈이 없어 시원한 계곡 소리만 들으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도심 속 무인 가게가 부쩍 늘어난 풍경을 보며 이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다.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2016년 10월7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인월~금계) 수성대 삼거리 인근 계곡에서 만난 무인 막걸리 쉼터. 당시 필자 지갑에 잔돈이 없어 시원한 계곡 소리만 들으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도심 속 무인 가게가 부쩍 늘어난 풍경을 보며 이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다.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직원 없는 ‘무인 가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학교 정문 부근엔 문방구가 있었다. 연필과 공책을 비롯한 학용품은 물론, 아이들의 입맛을 돋우는 쫀드기 같은 먹거리도 팔았다. 여름이면 알록달록한 색소를 듬뿍 얹은 빙수도 인기였다. 하지만 문방구는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무인 가게가 대체하고 있다.

특히 인형 뽑기 매장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늘었다. 옷가게도 무인 매장이 눈에 띈다. 2025년 8월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 거리에서 젊은이들의 필수 코스인 ‘인생네컷’ 사진관을 찾은 여고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이것저것 치장하고 사진 찍는 즐거움에 도파민이 솟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동네 골목마다 들어선 무인 카페는 늦은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은행이 사라진 자리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창구 직원을 대신한다. 무더웠던 2025년 7월28일, 동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다.

그곳엔 직원 대신 무인 결제기인 ‘키오스크’가 손님을 맞이했다. 점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었지만, 기계만 덩그러니 놓인 공간이 왠지 낯설고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 때문일까? 수년간 이어진 역병의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대면 접촉을 피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것 같다. 소비자가 무인 가게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이 싸서만은 아닐 것이다. 물건을 살 때 점원이 “필요한 것 있으세요?”라며 다가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무인 매장은 ‘혼자 있을 자유’를 제공한다.

내 속도에 맞춰 매장을 둘러보고, 사고 싶은 만큼만 고르고, 눈치 보지 않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매장 안의 상황을 자신이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옷을 입어보거나 사진을 찍을 때도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저서 ‘숨겨진 차원’(The Hidden Dimension)에서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보호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낯선 이가 개인적(사적) 거리인 75~120㎝ 이내로 들어오면 경계심이 작동한다. 이 거리에서 멀어지면 긴장감이 줄어들지만, 반대로 더 다가서면 긴장감이 고조된다는 것이다.

무인 가게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이런 심리적 요인과 팬데믹의 영향뿐만 아니라 기술적·경제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기술적으로는 키오스크 결제와 고화질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대중화됐고, 경제적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기존 자영업 구조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도 한몫했다.

다만, 이러한 자유로움과 편리함 뒤에 숨은 사회적 고립감이나 디지털 취약계층(고령층 등)의 소외는 없는지,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함께 살펴봐야 할 과제다.

 

사진·글 김봉규 사진가

 

*김봉규는 사진가이자 숲해설가다. 2010년부터 조선왕릉을 사진에 담고 있다. 왕릉 40여 기(개성 2기 제외)뿐만 아니라, 단종의 무덤 ‘장릉’과 유배지인 ‘청령포’ 등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남겨진 흔적에 애착을 두고 기록해왔다. 왕릉 기록이 나열식 도록 사진처럼 흐를까 경계하고 있다. 요즘은 숲의 언어를 전하고 있다. humanphotos@naver.com

 

 

 

 

 

 

 

 

 

 

 

 

 

 

2025년 8월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 문화거리의 한 인형 뽑기 무인 매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년 8월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 문화거리의 한 인형 뽑기 무인 매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년 8월9일 라페스타 문화거리의 한 ‘인생네컷’ 매장에서 여고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에 앞서 소품을 고르고 있다.

2025년 8월9일 라페스타 문화거리의 한 ‘인생네컷’ 매장에서 여고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에 앞서 소품을 고르고 있다.


 

2025년 7월28일 일산동구 마두동 정발초등학교 부근의 한 무인 매장에서 문구와 완구,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2025년 7월28일 일산동구 마두동 정발초등학교 부근의 한 무인 매장에서 문구와 완구,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2026년 2월25일 일산동구 마두동의 주택가에서 한 ‘무인 빈티지 샵’ 앞에 24시간 운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6년 2월25일 일산동구 마두동의 주택가에서 한 ‘무인 빈티지 샵’ 앞에 24시간 운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6년 2월7일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아동복 가게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6년 2월7일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아동복 가게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26년 7월28일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24시간 무인 카페가 불을 밝히고 있다.

2026년 7월28일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24시간 무인 카페가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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