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6월13일 서울 구로고 학생들이 교직원노조 분회결성과 관련해 직위 해제된 이 학교 양달섭 교사의 직위해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람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발자국이든, 목소리든, 한 장의 사진이든, 오래된 기록 한 줄이든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남긴다.
기록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고민과 선택, 그리고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를 증명하는 역사다. 사진 한 장 안에는 당시의 표정과 목소리, 거리의 함성, 교실의 풍경, 그리고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사람들의 신념이 담겨 있다.
오늘 마주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사진들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30여 년 전 권위주의적 교육 현실 속에서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사람들의 살아 있는 역사다. 그들은 아이들이 지식을 암기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삶 속에서 성장하는 시민이 돼야 한다고 믿었다. 그 고민 속에서 ‘참교육’이라는 이름이 탄생했고, 교육 민주화를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시간은 흘렀지만, 교육을 둘러싼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드라마 ‘참교육’은 무너진 교실과 흔들리는 교권, 그리고 교육 현장의 갈등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작품은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고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 질문은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최근 고교 야구 경기에서 불거진 배재고 야구부의 지역 비하 응원 논란은 교육이 왜 역사와 민주주의를 함께 가르쳐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응원의 열기 속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오랜 역사적 상처를 되살리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시민의식을 기르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록은 역사를 남기고, 역사는 사람을 가르친다. 역사를 잊은 교육은 지식을 만들 수는 있어도 시민을 만들지는 못한다.
어쩌면 오늘의 ‘참교육’이라는 화두는 30여 년 전 전교조가 던졌던 질문과 다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아이들의 삶은 교육 안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교육자였던 이오덕 선생은 “교육은 삶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삶과 부딪히며 배우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평범하지만 가장 어려운 가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교육의 본질로 남아 있다.
그러나 교육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과도한 경쟁 속에서 흔들리고, 교사들은 교육보다 더 많은 갈등과 부담 속에서 교단을 지키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의 평등은 여전히 우리가 함께 완성해야 할 민주주의의 과제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과거를 기록하는 동시에 현재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교육을 꿈꾸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교육을 다음 세대에 남기려 하는가. 전교조의 사진 속에는 한 시대의 교사들이 품었던 신념과 고민,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참교육’은 그 기록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사진 한겨레 자료, 글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989년 5월28일 전국교직원노조 결성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서울 한양대 학생회관에서 사복경찰들에게 끌려나와 민주광장에서 무릎꿇려 앉혀졌던 교사들이 줄줄이 연행되고 있다.

1989년 5월28일 경찰의 원천봉쇄로 한양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교직원노조 결성대회가 무산되자 일부 교사가 서울 연세대에서 결성대회를 하는 사이 건국대에 모인 교사 1500여 명이 노조탄압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1989년 7월14일 서울 구로고 학생 500여 명이 학교운동장에서 학생활동 탄압 중지와 전교조 관련 교사 징계철회 등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한 데 이어 교문 밖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진압봉을 휘두르며 진압하고 있다.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20여 명의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1989년 8월1일 전교조 사수와 가입 교사에 대한 징계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전교조 교사 600여 명의 명동성당 무기한 단식농성이 폭염 속에 장기화하면서 100여 명이 무더위에 쓰러져 치료를 받으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1989년 9월21일 전국교직원노조가 정한 사제 만남의 날에 김형주, 노웅희 등 전교조 해직교사 6명이 소속학교였던 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를 찾아가 제자들을 만나려 했으나 학교 쪽이 교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차단하는 바람에 담장 너머로 재회의 정을 나누고 있다.

1990년 3월2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 20여 명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민들에게 돈봉투없애기를 호소하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온라인) 1990년 7월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서부지회 해직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행촌동 대신고 앞길에서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 학교 최성수 교사를 직권면직한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1989년 8월21일 개학 첫날인 서울 동북고 3학년 9반 교실에 이학교 전교조 분회장이라는 이유로 면직된 이 학급 전 담임 도진식 교사가 새 담임 홍춘교사와 함께 교실에 들어와 있다. 학교 쪽은 전교조 교사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아 해직된 교사가 한때 수업을 실시하는 등 애초 우려했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1989년 9월2일 인천세일고교 3학년 학생 150여 명이 전교조 관련 직권면직된 이 학교 전교조분회장 원종찬 교사의 집에 찾아가 3시간 동안 세 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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