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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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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좋아하는 서점이 있나요?

상주시 ‘좋아하는 서점’ 주인 박은정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4-12-05 19:17 수정 2024-12-11 17:39
유튜브 채널 ‘헤이메이트’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헤이메이트’ 영상 갈무리


“직업은 늘 부수적인 거죠. 나라는 인간이 온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근데 지금 이 일은 제게 딱 맞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경북 상주시에서 독립서점 ‘좋아하는 서점’을 4년째 운영하는 박은정(40)씨는 말했다. 서울에서 기간제 한문 교사, 쇼핑몰 직원, 스타트업 에디터 등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매번 치명적으로 싫은 점이 존재했다.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는 게 선생님의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아이들을 돌보는 게 더 빛을 발하는 공간이었어요. 제 성대도 약했죠. 4년 하고 그만뒀는데, 예전에 같이 임용 준비하던 언니가 쇼핑몰을 하고 있어서 거기 일을 도왔어요. 장사가 잘돼 월급도 많이 받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미련 없이 매번 직장을 그만둘 수 있었던 건 ‘그리 대단한 걸 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그는 표현했다. “나랑 안 맞는 일은, 그 일이 뭐가 됐든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남들이 좋다고 해도요.”

그렇게 흘러 흘러, 싫은 게 하나 없는 일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서점 일은 돈을 못 번다는 거 빼고는 다 좋아요. 근데 돈을 못 버는 게 저한테 그렇게 큰일은 아니더라고요. 저 한 명 먹여 살리는 건 가능하니까.”

서점은 크게 세 가지 수입원으로 돌아간다. 책 판매, 책 납품, 그리고 모임 판매. 서울에 사는 내가 이곳을 알게 된 것도 온라인 글쓰기 모임 덕분이다. “이 작은 서점 안에서 벌어지는, 책과 글에 관련된 모든 일이 제가 더 잘하고 싶은 일이에요. 이쯤 했으면 됐지가 아닌, 계속 더 잘해나가고 싶은. 쉬는 날엔 도서관에 가서 ‘서점 주인이라면 이 정도 책은 알아야 하는데 아직 못 읽은 책이 있나?’ 하며 살펴보는데, 원래도 좋아했던 도서관 가는 일이 제 업에 도움이 된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처음엔 책 파는 일이 뭐 그리 재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들어보니 알겠다. 이 사람, 직업을 통해 자기가 꿈꾸는 사람이 돼가고 있구나. 하지만 문화 소비자가 서울에 몰린 시대에 상주시에 있어 외롭지 않냐 물으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알게 되어 배우는 게 많단다.

“제가 글쓰기 모임을 여러 연령대 분들과 하는데 똑같은 글을 가져가도 반응이 다 달라요. ‘욕망하는 마음’에 대해 쓰면, 젊은 친구들은 공감해요. 힘들어하면서도 해방되고 싶어 하죠. 그런데 어른들은 허허 웃어요. 그것도 젊어서,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어릴 땐 모두 방황하는 거라고. 어느 날은 ‘이해’에 대한 글을 써갔는데 또래 친구들이 냉소적인 거예요. 어차피 이해라는 거 힘들어. 어떻게 타인을 이해해.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대요. 70대가 되고 귀촌해서 삶을 일궈보니, 내 삶을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그것만으로 생은 충분하더래요. 덕분에 다양한 삶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가고 있어요. 지역에 와서, 서점을 하며, 글을 쓰면서.”

2024년 처음 플리마켓에 참가해 책을 팔며 다짐했다. 서점은 절대 안 해야겠다고. 안 사고 나가는 수많은 사람을 보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자신도 초반엔 그랬지만 4년을 해보니 안 사던 사람이 다음에 와서 사가기도 한다며, 제주도의 어느 유명 서점에 가보니 주인이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에게 동일한 톤으로 인사해서 ‘저게 내공이구나…’ 감탄한 일화를 들려줬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더 잘하기 위해서. 그러니 부디, 일하며 힘든 날보다 기쁜 날이 많기를. 여러분도 좋아하는 서점이 있나요?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독립서점 ‘좋아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박은정씨. 로컬 탐색 미디어 ‘탐방’ 제공

독립서점 ‘좋아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박은정씨. 로컬 탐색 미디어 ‘탐방’ 제공


박은정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는 서점에 음악 틀어놓을 때만 사용한다. 손님에게 추천받아서 알게 된, 연주곡들이 좋아서 계속 듣는 전진희님의 음악 중 ‘Breathing In October’(브리딩 인 옥토버)는 손님이 없을 땐 한 곡 반복으로 온종일 듣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도 아름답다.

‘알쓸인잡’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다시 보는데 가끔 메모까지 하면서 본다.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7화. 김상욱 교수가 한 ‘진실을 알려면 성실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하는 팟캐스트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채널은 ‘책읽아웃'과 ‘시스터후드'. ‘책읽아웃'에서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고, ‘시스터후드'는 여성주의 관점으로 콘텐츠를 보는 즐거움을 알려줬다. 둘 다 무기한 휴방 상태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자주 재탕한다.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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