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24년 11월18일 ‘오늘의 화석상’ 1위에 올랐다.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다. 이 상은 세계 기후환경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COP29 기간에 매일 주제를 바꿔가며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에 수여한다. 한국은 2023년 아랍에미리트 총회 때는 3위에 올랐다. ‘기후악당’이라는 국제사회의 평판이 공인되는 모양새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금융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바뀐 국가”라고 이번 수상 이유를 밝혔다. 한국은 국외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금지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을 개정하는 데 반대하는 단 두 나라 가운데 하나다. 또 한 나라는 튀르키예인데, 공적금융 지원 규모에서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다.(2022년 기준 13조원)
최근에도 70억달러(9조4304억원) 규모의 모잠비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건설 사업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3위에 선정된 건 오스트레일리아 바로사 가스전에 투자해 지역 원주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앞서 한국은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자는 2021년 제26차 COP26의 글래스고 선언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오늘의 화석상’ 수상은 한갓 불명예의 문제가 아니다. 밖에서 새는 바가지는 안에서부터 새는 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기존의 30.2%에서 21.6%로 낮췄다. 윤 대통령은 2024년 2월 원전 연구개발에 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은 알이100(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수출기업들이 탄소국경세 장벽에 가로막힐 우려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