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사를 연구·전시·교육하는 국내 최대 기관인 독립기념관이 1987년 개관 이래 지속적으로 개최해온 광복절 경축식을 취소하자, 충남 천안시가 대신 경축식을 열었다.
천안시는 2024년 8월15일 오전, 독립기념관에서 ‘제79회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그동안 독립기념관 주최로 광복절 기념식이 중단 없이 진행됐고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열세 번이나 된다”며 “천안의 역사적 배경과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애국정신, 시민 염원을 담아 기념식 개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신임 관장에 대해 독립기념관에서 일하는 행정·학예·연구 분야 직원들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8월14일 독립기념관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김형석 신임 관장의 경축식 취소에 대한 대국민 사과 없이 타 기관 주최로 개최되는 경축식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선 8월12일에는 “김형석 관장이 취임 당시 ‘친일인명사전의 오류’를 재검증할 것이고 ‘억울하게 친일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고 언급하여 독립기념관장에 부여된 막중한 사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성명도 냈다.
김 관장은 “전임 관장의 판단으로 자체 기념행사를 준비하다가 충남도가 연결해서 하는 행사를 내포에서 하겠다 그래서 취소가 됐다는 사실을 저도 확인하게 됐다”고 8월12일 기자회견에서 해명했지만,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은 KBS 대전 생생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거짓말하면 안 되죠. 제가 추진해서 기획까지 만들고 각 부처에 초청장 발송하고”라고 반박했다.
개관 이래 독립기념관장은 주로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사람이 맡아왔다. 김 관장은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학자가 아니다. 김 관장은 블로그에 ‘어느 원로 역사학자가 보내온 격려의 글’이라며 ‘광복회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나열했는데, 이 가운데는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가 와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빈약하다. 독립기념관장은 반드시 진보 측에서 맡아야 한다는 논거는 무엇인가”란 내용이 담겨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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