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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넣어달라고 한 책 목록 놀라워… 김대중은 위대한 독서가”

김대중의 마지막 인터뷰 엮은 자서전 ‘김대중 육성 회고록’
등록 2024-08-16 18:01 수정 2024-08-19 11:27
제6대 국회의원(1960년대 중반) 시절 목포 지역구에 내려가면 대부분 대중연설을 했다. 7천 명에서 1만 명까지 모였다고 한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제6대 국회의원(1960년대 중반) 시절 목포 지역구에 내려가면 대부분 대중연설을 했다. 7천 명에서 1만 명까지 모였다고 한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내가 나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그래서 나도 질문지를 받으면 꼼꼼하게 살펴보고 내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김대중, 2007년 10월)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서거 15주기를 맞아 ‘김대중 육성 회고록’(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기획, 한길사 펴냄)이 나왔다. 류상영(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장신기(김대중도서관 사료연구담당, 사회학 박사)·박명림(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등 전문 연구진과 김 전 대통령이 2006년 7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41번에 걸쳐 42시간26분 동안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진행한 구술 인터뷰집이다.

신민당 대변인 시절(1967) 김대중(맨 오른쪽). 김대중의 왼쪽으로 유진오, 그 옆쪽으로 권노갑의 모습이 보인다. 김대중은 1967년 창당된 신민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연구자 장신기 박사는 김대중이 1956년 민주당 입당 이후 총 7번의 대변인을 했다며 “김대중의 언변이 뛰어났고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신민당 대변인 시절(1967) 김대중(맨 오른쪽). 김대중의 왼쪽으로 유진오, 그 옆쪽으로 권노갑의 모습이 보인다. 김대중은 1967년 창당된 신민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연구자 장신기 박사는 김대중이 1956년 민주당 입당 이후 총 7번의 대변인을 했다며 “김대중의 언변이 뛰어났고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책은 전남 하의도에서 태어난 김대중의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로서 성공하던 때, 6·25 당시 인민군에 붙잡힌 뒤 고초를 겪었던 시절, 이승만 독재 시절을 지나 박정희 쿠데타와 유신 선포 암흑기 납치 살해 고비를 넘긴 일,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뒤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소감,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시기를 돌파하는 막막한 과정과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이야기 등 아슬아슬한 국면을 타개한 일화와 생애사 전체를 포괄했다.

이번 책에서 처음 밝힌 사실과 견해도 있다. 첫째 부인 차용애 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만성 위경련이었다는 점이나 1960년대 삼학소주가 김대중의 정치자금을 대다가 어렵게 됐다는 소문에 대해 뚜렷하게 해명하는 김대중의 모습도 나타난다. 진보진영에 쓴 패배를 안겨다준 1987년 대선 후보 단일화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는 연구진과 답변자 김대중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까지 느낄 수 있다. 김대중은 김영삼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굴복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활동한 백기완 후보에 대해서도 “김영삼씨 입장에서 움직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중의 옥중일기, 1980년 9월17일 1심 재판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1980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14편의 일기를 남겼다. 이 글에서 죽음을 앞둔 심경과 화해, 포용, 통합의 정신으로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이유진 기자

김대중의 옥중일기, 1980년 9월17일 1심 재판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1980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14편의 일기를 남겼다. 이 글에서 죽음을 앞둔 심경과 화해, 포용, 통합의 정신으로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이유진 기자


199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유학 시절 옆집 이웃이었던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찍은 사진 등 처음 공개된 사진 10여 장을 포함해 60여 장의 이미지도 이번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챕터마다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관련 영상 자료와 김대중의 육성도 함께 확인할 수 있게 했다.

2024년 8월13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감옥에 있을 때 차입시켜달라고 한 책 리스트를 보면 너무도 놀랍다. 그는 위대한 독서가였고 그랬기에 도덕적 인간, 도덕적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감 시절 김대중이 읽은 책들. 이유진 기자

수감 시절 김대중이 읽은 책들. 이유진 기자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김대중도서관후원회장)도 “수감 당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넣어달라 해서 보낸 적이 있다. 사형수일 때도 정보화시대가 올 것이라며 간수와 담당 정보원을 놓고 국민의 미래에 대해 역설하곤 했다. 그만큼 역사의 미래를 내다보고 국제정세를 통찰하며 사유했다”며 다독가로서 면모를 밝혔다.

집필진 박명림 교수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의 조탁과 수준 높은 대화정치가 인상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국민의 화해를 위해 용서와 관용을 베푼 정치인, 역사와 국민을 생각한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의 정치인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784쪽, 3만3천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함께. 김대중도서관 제공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함께. 김대중도서관 제공


이희호 여사는 부산 광복동에서 김대중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산책하며 들꽃도 꺾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과 시국 현안을 주제로 대화했다. 김대중은 “둘 다 정치적 성향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이 여사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4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다. 이 사진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 여사의 모습이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이희호 여사는 부산 광복동에서 김대중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산책하며 들꽃도 꺾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과 시국 현안을 주제로 대화했다. 김대중은 “둘 다 정치적 성향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이 여사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4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다. 이 사진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 여사의 모습이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21이 찜한 새 책


A4 한 장을 쓰는 힘
안광복 지음, 어크로스 펴냄, 1만7천원

한겨레21에서 ‘반백철학’을 연재 중인 작가, 철학박사, 교사 안광복의 ‘글’력 운동법.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글쓰기를 일러주는 책이다. 독서 기본기 갖추기, 글감 찾는 법, 독서 기록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정석, 균형 있게 비판하기와 눈길을 사로잡는 표현법 등 ‘필살기’를 보여준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지우 지음, 마름모 펴냄, 1만8천원

“잔꾀로 인생의 성공을 떠드는 이야기와 책들의 최후를 나는 안다.” 작가, 문화평론가,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 1인 다역의 ‘갓생’을 살고 있는 저자 정지우가 자기계발서를 썼다. 시중에 흔한 자기계발서라기엔 격조 있는 에세이 같고, 에세이라기엔 책을 덮고 나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을 일으킨다.


이규준 평전
김창희 지음, 이글루 펴냄, 2만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석영의 맏아들, 독립운동가 이규준(1896~1928)의 삶을 다룬 평전. 이규준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험난한 항일 투쟁가의 길을 걸었다. 항일투쟁가로 서간도로 망명해 친일파와 일제 밀정 응징에 나서고, 독립운동 잡지를 발간하며 항일운동을 이어갔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33살에 세상을 떠났다.


필름 페미니즘
크리스틴 르네 홀·디야나 옐라차 지음, 안상원·인현정 옮김, 에디투스 펴냄, 3만8천원

페미니즘 영화 연구에서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여성 영화제작자와 페미니스트 저자, 관객과 수용, 영화와 신체, 스타라는 젠더화된 텍스트, 다큐멘터리의 초국가적 시각, 페미니즘 실험 영화와 비디오, 새롭게 등장하는 페미니즘의 시각 등을 600쪽에 담아냈다. 영화나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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