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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 지원, 호주는 달랐다

등록 2024-06-22 06:36 수정 2024-06-28 11:23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가 태안 일가족 사망 사건 이후 1월15일 오전 세종시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가 태안 일가족 사망 사건 이후 1월15일 오전 세종시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월9일, 충남 태안군에서 일가족 3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 중 9살 아이는 1형당뇨(췌도부전)를 겪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남긴 유서에는 “딸이 병으로 힘들어해 마음이 아프고, 경제적으로도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형당뇨병은 우리 몸의 췌장 내 췌도에서 인슐린이 분비 되지 않는 질환입니다. 인슐린이 적절하게 주입되지 않거나 혈당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급격한 저혈당과 고혈당을 겪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 병을 잘 관리하려면 연속혈당측정기 등 혈당관리 기기와 인슐린 주입 기기 등이 필요한데, 1년에 400만~500만원 정도로 부담이 큽니다. 또한 최신 관리 기기는 디지털 기기여서 다루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혈당관리 기기를 쓰지 않는 고령층에서 수면 중 저혈당으로 숨지는 일이 적잖게 발생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도 한국처럼 1형당뇨인의 현실에 이목이 쏠린 적이 있었습니다. 호주의 소녀 대니엘라 미즈발로는 5살 때부터 1형당뇨를 겪었습니다. 그는 17살 때인 2011년, 수면 중 저혈당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2년 대니엘라 부모는 비극적인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 ‘대니 재단’(The DANII Foundation)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호주 정부는 1형당뇨인을 대상으로 많은 정책을 내놓습니다. 2017년 400만원대인 연속혈당측정기를 아동·청소년에게 무상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는데 이 정책 시행 이후인 2019년 말 79%로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기기 사용자들의 혈당관리도 개선됐습니다. 호주 정부는 2022년부터는 성인 1형당뇨인 또한 한 달에 3만원가량의 비용을 내면 연속혈당측정기를 받아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1형당뇨인과 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왔습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와 1형당뇨인들은 정부의 외면과 송사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속혈당측정기를 국내에 도입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2019년부터 정부가 당뇨 관리 기기를 건강보험으로 일부 지원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과제가 여전합니다. 정부 건강보험 지원을 받으려면 신청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또 일부 시범사업 외에는 기기 사용법을 교육할 방법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1형당뇨인 중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속해서 사용하는 비중은 10.7%이고, 60대 이상 환자 중에는 3.7%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내 1형당뇨인과 가족들은 얼마나 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해야 할까요? 호주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제는 정부가 1형당뇨인의 삶을 면밀히 살펴 정책을 펴야 할 때입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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