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려한 복귀’를 바라보면서 문득 중국의 반응이 궁금해졌습니다. 앞선 2020년 미 대선 때 중국의 공식 반응은 “어느 쪽이 당선되든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니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중국에는 둘 다 큰 위협이다. 누가 이기든 차기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하고,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쌍바이촨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UIBE) 교수 겸 상무부 자문위원은 2024년 2월11일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안팎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전망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옵니다. ‘반기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입니다. 그의 첫 집권기 동안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도 천양지차로 변했습니다. 이제 트럼프의 공화당도, 바이든의 민주당도, 미국인의 절대다수도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여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중국의 미 국내 자산 취득과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공세적’으로 제한하겠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특히 가전·철강·의약품 등 특정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금지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첫 임기 때 최고 25%까지 부과했던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60%까지 높이겠다고도 했습니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맞물린 금융시장 불안으로 중국 증시는 최근 2021년 고점 대비 시가총액이 40%가량 빠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중국에 ‘최악의 소식’이 될 거란 뜻입니다.
반면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국에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습니다. 그의 집권 1기에 대한 평가에 근거한 주장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대응은 되레 중국식 방역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이미 한 차례 ‘대선 불복’을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기에, ‘중국 특색 민주주의’의 장점을 선전하는 최상의 기회가 되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의 재집권으로 미 정치권이 ‘정치적 내전’으로 빨려들면, 강경한 대중국 정책의 장애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은 전통적 우방과 동맹국을 소외시켰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중국 연대’ 구축을 어렵게 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돈 안 내면 방어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어렵사리 복원한 미국-유럽 간 ‘대서양 동맹’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뿐 아니라, 유럽산 수입품에도 관세 10%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실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 대선(11월5일)은 아직도 9개월이나 남았습니다. 중국도, 세계도 눈을 떼지 못할 겁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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