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제1508호 표지 이미지
<4월이구나 수영아>(서해문집)는 2016년 4월16일에 발행됐습니다. 지은이는 발행일로부터 정확히 2년 전 유명을 달리한 전수영 단원고 교사의 어머니 최숙란씨입니다. 어머니는 딸과 사별한 뒤 2년의 시간과 ‘그날’이 오기 전 딸과 함께 산 25년의 세월, 딸의 기억과 함께 살아갈 미래에 관해 썼습니다. 감정은 겨우 배어 나왔으나, 문장에는 애달픔이 알알이 맺혔습니다. 졸이고 졸여 쓴 흔적입니다.
‘4월이구나….’ 저 책의 제목처럼, 그날 이후 4월은 길고 깊은 탄식 없이 맞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기를 어느덧 10년째입니다. 그 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10년의 물리적인 길이를 옮기는 것에 그칠 수 없습니다. ‘꺾어지는 해’의 무게도 무게지만, 그래서만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10년의 이야기는 대과거-과거-현재-미래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치 저 책의 서사구조처럼 말이지요.
무엇으로 입을 떼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으며, 기자라면 누구나 이 고민부터 대면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할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주어진 시간과 지면이 턱없이 작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는 대과거-과거-현재의 이야기, 그럼에도 정작 제대로 하지 못한 이야기, 그것이 화두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제1508호가 “다 밝혀졌다”와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사이의 아득한 간극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판단(혹은 주장)의 차이는 위치의 차이(가해자―피해자)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간극을 갈수록 벌려놓은 것, 특히 가해자가 책임에서 달아날 수 있도록 틈새를 제공한 것은 진상규명의 ‘실패’입니다. 특별법으로 만든 3개의 국가 조사기구는 진상규명 ‘과정’에도 실패했습니다.
전복·침몰과 구조 실패의 원인(대과거)을 확정하지 못한 결과의 실패(현재)는 과정의 실패(과거)에 이미 내재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세 차례에 걸친 국가 공식 조사기구 활동의 실패가 역부족이나 불가항력이 아닌, 과학적 합리성과 이성적 태도의 실패임을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 그룹이 합의한 과학적 진실조차 공론화하지 못했습니다. 알게 모르게 금기시한 탓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셨군요.” 제1508호가 발행된 뒤 지난 10년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지인이 보낸 문자입니다. 과분한 평가입니다. 다만 그 상자를 열지 않으면 과거와 현재의 아픔이 미래의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되지 못한 채 미로를 배회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인식이 확산하기를 기대합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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