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새만금호 안에서 상괭이 25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상괭이는 전세계 1만 마리(2011년 조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이다. 일부가 울산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로 보내졌다. 부검 결과 질식사로 밝혀졌다. 당시는 ‘한파’로 새만금호의 70% 정도가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분당 2∼3회 수면 위로 떠올라 호흡해야 하는 상괭이에게 이 상황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전주지방환경청은 ‘한파에 의한 결빙’을 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새만금호는 법적으로 연안이 아닌 민물호수(담수호)다. 담수호가 겨울에 얼어붙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이 당연한 일 때문에 몸길이가 2m에 이르는 고래류로, 평균수명이 35년에 달하는 이 거대한 고등생명체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는 건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방조제로 물을 막아 담수호를 만든 일 자체가 원인 아닐까?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엄청난 생태 참사였어요. ‘안타깝지만 새만금호가 썩은 걸 누가 몰라’라는 생각들 때문이었을까요. 큰 이슈가 되지 않았어요.”
강과 바닷물을 인공구조물로 막아 인간이 원하는 식수나 농업·공업용수를 얻어도 아무 문제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산강 하굿둑(1981년 완공)을 시작으로 낙동강 하굿둑(1987년), 금강 하굿둑(1990년), 시화호 방조제(1994년), 새만금 방조제(2006년) 등 큰 강들이 초대형 둑에 막혔다. 우리나라 강의 하구 지역 상당 부분(464곳 중 228곳)이 이렇게 둑으로 막혀 있다.(2012년 해양수산부 조사)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거셌지만, “철새가 밥 먹여주냐” “바다로 버려지는 물을 아껴서 활용하자”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여론몰이를 뚫는 덴 역부족이었다. 찰랑찰랑 가득 찬 강물에 유람선이 떠 있으면 ‘행복이 언제나 자유’(‘아! 대한민국’ 중)로울 것 같다는 ‘인간적인’ 편견도 한몫했다.
<한겨레21>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2회(제1504·1505호)에 걸쳐 국내외 갯벌·하구역 현장을 취재하며 재자연화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강 하구를 막았던 과거를 되돌아보고, 손익계산서를 다시 쓰자는 움직임이다. 흐르는 물을 막아세운 대가는 혹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화호·새만금호는 극심한 오염에 공업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상괭이·연어·뱀장어처럼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살던 생물들이 실종됐다. 무수한 생명이 살던 갯벌·모래톱 등 생태계는 지우개로 지워지듯 사라졌다. 여기에 기대 살던 어민들은 생계를 잃었다.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새만금 방조제가 없었다면, 항시 통하는 길목이 확보됐다면 어땠을까. 그때 상괭이들은 살아남았을 것이다. 경남 밀양 남천강을 거슬러 올랐던 연어떼와 전남 영암 서호강에 바글바글했다던 팔뚝만 한 뱀장어를 만날 날이 다시 오길 기대해본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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