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8일 경북 의성군에 살던 청년 농부 최서현(29·가명)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7년 전 귀농해 자두와 복숭아 농사를 지었습니다. 최서현씨는 지역소멸 위기의 의성을 이끌어갈 청년으로 꼽혔습니다. 그런 그가 2024년 2월7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유서가 남아 있었습니다.
<한겨레21>은 그가 뇌사 상태이던 2월, 제보와 지역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그가 겪은 일을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주세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역 청년과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의 상황을 걱정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주던 분” “성실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분”이라는 기억도 함께 취재진에게 전했습니다.
최서현씨는 유서에서 “농촌사회 이면에 신물이 난다”며 “다들 고맙고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썼습니다. 이 글에는 지역 청년회장이 노동착취를 했고 여러 부조리한 일을 지시해 괴로웠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최서현씨가 겪은 ‘한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두 차례 의성을 찾았고, 전국 각지의 귀농·귀촌 청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를 통해 들이 텃세, 노동착취, 사기, 기후위기 등의 이유로 고립되고 뿌리내리기 어려운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농촌 청년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사후 관리는 없는 정부와 지자체 정책의 부조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물론 모든 농어촌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농촌의 부조리를 말하는 일이 ‘시골 혐오’ ‘농촌 혐오’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의미 있는 지적입니다.
다만 그동안 농어촌 내부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농어촌의 특성이 작용한 건데요. 귀촌 3년이 넘은 한 의성 청년은 “작은 동네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니 부당한 일이 있더라도 외부에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서울에 몰려 있는 언론이 서울에서 벌어진 일을 우선해서 다뤄온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겨레21>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어촌 내 인권·부조리와 관련한 보도를 이어가려 합니다. 청년단체, 농협·수협 등 협동조합, 지자체 등 농어촌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제보하실 곳 juneyong@hani.co.kr) 농촌으로 이주한 이들, 농촌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가 마주한 어려움을 깊이 살피겠습니다. 끝으로 청년 농부 최서현씨의 명복을 빕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7년 만에 ‘희망’은 왜 ‘유서’를 써야 했는가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305.html
‘귀농귀촌센터장’ 컨설팅 따랐더니… 수억대 빚더미 올랐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308.html
농촌으로 일단 오세요,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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