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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당, 쓴맛은 국민의 몫

등록 2024-03-29 19:07 수정 2024-04-02 13:4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024년 3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희숙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024년 3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희숙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대표.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창당돼 비례대표선거에만 후보자를 추천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다른 어떤 때보다 양당체제가 심화된 결과를 보여줬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치러졌던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 쓴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헌재는 2023년 7월,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도 거대 양당이 이 제도를 악용해 양당체제가 더욱 심화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던 쪽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까지 합쳐 국회의원 180석을 확보하고 거대 양당의 권력 독점이 더욱 공고해졌던 제21대 총선이 끝난 뒤 헌재뿐만 아니라 여론은 정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끝내 이를 외면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당 지지율에 견줘 의석수를 적게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의힘이 대안 모색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정치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선거에선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반응은 4년 전과 사뭇 다릅니다. 제1506호 표지 이야기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성정당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던 시민사회 구성원 일부가 민주당에 위성정당 창당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시민사회 내부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진보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들어가면서 진보당을 지지하던 노동계도 분열 조짐을 보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등장으로 지지율 대비 10석 안팎 손해를 봤던 정의당과 진보 정당들도 갈피를 못 잡는 듯합니다. 더욱 선명한 ‘반윤석열’ 구호를 들고나와 돌풍을 일으키는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민주당 위성정당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의석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되레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사실입니다. 헌재가 밝혔듯 양당제를 공고히 하고 민주주의를 왜곡할 위성정당이 또 등장하고, 거대 양당이 비민주적 절차로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줄 세우는 과정을 목도하는 국민은 왜 비례대표 투표를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릴 지경입니다. 3월28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정당이 승리 의지를 드러내도, 우리는 패배한 느낌을 받습니다.

양당의 궤도를 도는 위성정당의 미래와 민주주의 궤도를 벗어난 선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4월10일 우리 모두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한겨레21 제1506호 표지 이미지

한겨레21 제1506호 표지 이미지


제1506호 표지이야기 - 위성정당 위선정당

‘진보가치’, 양당체제 알리바이가 되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277.html  

그들은 왜 ‘위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267.html  

‘의원 수 축소’가 정치 개혁이라는 한동훈 위원장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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