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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인류의 발전’은?

등록 2024-03-16 09:55 수정 2024-03-18 21:01
윤석열 대통령이 3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청 별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청 별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창간기념 특대1호(제1504호) 기사가 나간 뒤 취재에 조언을 주셨던 한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네덜란드 휘어스호의 해수 유통 사례를 실패한 사례로 소개한 것을 두고 걱정스럽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해수 유통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그것 봐, 해수 유통으로 해결할 수 없잖아’라며 부정적인 부분만 끄집어내어 내용을 호도할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런 방식의 공격은 국내에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경기 시화호는 1994년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정부는 시화호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려 했지만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져 1999년부터 해수 유통을 시작했습니다. 1997년 22.8ppm(매우나쁨)이던 시화호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2005년 3.53ppm(약간좋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2017년 1.8ppm까지 줄었다가 2022년 3.2ppm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엉뚱한 곳에 쓰입니다. 한 지역 언론이 2021년 시화호 사례에 대해 쓴 기사입니다.

<em>“새만금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규모도 작은 시화호는 완전 해수 유통을 하고 있음에도 수질 등급이 3~5등급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 등의 지속적인 ‘새만금 해수 유통 확대’ 주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em>

기사는 ‘한국해양환경조사연보’를 들어 시화호 수질 상태가 대부분 3~5등급을 유지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해수 유통을 하지 않았을 때의 수질은 외면한 채 현재의 수질만 지적하는 꼴입니다. 심지어 해당 자료에선 “시화호 내의 수질은 2011년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제1504호 표지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보셨다면, 네덜란드 사례는 ‘실패했으니 안 좋은 사례’가 아니라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 사례’임을 아실 겁니다. 분명한 점은, 휘어스호도 시화호도 해수 유통 이후 수질이 개선됐습니다. 더 좋아지려면 또 다른 시도를 하면 될 일입니다.

이번 국외 취재 과정에서 독일 빌헬름스하펜의 바덴해 공동사무국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가 끝날 즈음 율리아 부슈 박사가 취재를 와줘서 고맙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에겐 정말 신나는 상황이에요. 바덴해가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것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거든요. 여기서 바덴해는 그냥 평범한 장소 중 하나예요.” 이들에겐 바덴해 갯벌을 모니터링하고 관찰하고 보존하고 또 복원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바덴해 갯벌(400여 종)보다 두 배 가까운 770여 종의 해양생물이 사는 갯벌을 지닌 한국의 태도는 어떨까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발언을 보며 화들짝 놀랐습니다. 2024년 2월엔 “사는 데 불편하면 (그린벨트도) 풀 건 풀어야 한다”고 하더니 3월11일엔 “절대적인 보존만이 환경이라 생각하면 인류가 발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환경부 장관을 두고선 “절대적 보호주의자라면 임명을 안 했을 것”이라고 하네요.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인류의 발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훌륭한 자연이라는 자산을 다 짓밟고 개발하면 발전인가요? 묻고 싶습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21토크ㅡ지난호 <한겨레21> 표지 기사의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겨레21 제1504호 표지이미지.

한겨레21 제1504호 표지이미지.


제1504호 표지이야기 - 돌아온 갯벌 바덴해를 가다

사람이 물러서니 자연이 밀려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206.html  

새 심장 소리 듣고, 고래가 되어보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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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해 홍합은 누가 키워? 양식 합의의 전말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207.html  

“국립공원이 가져온 실질적 이익, 데이터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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