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도민들, 시민들은 뭐가 좋아지나요?” “나에게 과연 뭐가 보탬이 되나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길, 제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이 열린 2024년 1월18일을 전후해 전북 지역 한 종합일간지 누리집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했다.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전라도’라고 불렀다. 이후 구한말인 1896년 전북과 전남으로 나뉘었다. 이때부터 128년이 지난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로 다시 태어났다. 제주, 세종, 강원에 이어 네 번째로 특별자치도가 된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024년 1월25일부터 2월5일까지 특별자치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도민과의 현장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찾아가는 도민보고회’를 전북 지역 14개 시·군과 함께 권역별로 진행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보고회에서 “단순히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도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전북특별자치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도민이 잘사는 것,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고 도민들이 새롭고 특별한 전북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 시·군이 협력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2023년 12월 공포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131개 조항으로 구성돼 각종 특례(특수하고 예외적인 권한)를 담고 있다. △농생명산업 △문화관광산업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미래첨단산업 △민생특화산업 5개 분야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인력, 제도의 3대 기반으로 구성됐다. 이 법의 목적(제1조)은 “종전의 전라북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규제혁신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지역자원의 현명한 활용으로 글로벌생명경제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 증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규정한다. 전북이 스스로 지역의 목표를 세우고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고도의 자치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북 지역 특화산업들이 각종 특례로 강점을 살리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생명지구 기본계획 수립, 식품클러스터 등 농생명지구 내 진흥사업 재정 지원, 탄소 소재 의료기기 기술진흥 특례, 새만금 무인이동체 산업 육성 등 핵심사업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또한 중앙부처의 인허가 등 다양한 권한도 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행정 절차가 신속해지고, 지역 여건에 맞는 행정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농지전용 허가 권한과 환경부 장관의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전북특별자치도가 갖게 됐다.
특히 국제 문화관광 거점 조성의 하나로, 케이팝(K-Pop)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가 케이팝국제학교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상 ‘국제학교’는 입학자격이 ‘외국인 또는 국외에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 학생’에게만 주어지지만, 조례 제정으로 외국에 거주하지 않아도 케이팝국제학교 입학이 가능해진다. 도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입학이 가능하고, 공교육으로 케이팝을 끌어들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종 특례 조항으로 인한 난개발과 도지사 권한의 비대화에 우려도 나온다. 김관영 지사는 “일부 우려에 대해 이해는 한다. 그러나 전북은 환경영향평가의 제한된 권한만을 (중앙으로부터) 가져왔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각 지구의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관계 부처의 장과 협의하게 돼 있다. 주어진 권한 안에서 주체적인 환경평가를 통해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루도록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전북도교육청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했다. 전라북도교육위원회에서 1991년 전라북도교육청으로 이름을 바꾼 지 33년 만이다. 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으로 전북은 더욱 자율권을 가지고 지역 상황에 맞는 교육정책을 펼치게 됐다. 특별법에 담긴 자율학교 운영, 유아교육, 초중등교육, 농어촌유학 등 4개 조항의 교육 특례가 그 토대가 된다. 이들 특례는 조례 제정을 거쳐 현장에 적용된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은 교육자치권을 확보해 우리가 처한 상황과 과제를 해결하고, 전북 교육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특별한 학생 중심의 미래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법은 앞으로 1년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24년 12월27일에 시행한다. 도민 처지에선 주소가 ‘전라북도’에서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뀌는 것을 빼면 당장 변화를 느낄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전북연구원은 특별자도법의 각종 특례가 본격 추진되면 전북 지역에 2040년까지 인구 18만 명 유입과 지역내총생산(GRDP) 81조원 달성 등의 효과를 전망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추진단장을 맡아 그동안 일해온 민선식 전북특별자치도 정책기획관은 “특별자치도 출범은 전북의 새로운 발전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지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시행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화, 지방소멸 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전북에 특화한 산업을 육성해 글로벌생명경제도시로 도약하겠다. 전북이 미래 첨단산업의 시험대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한겨레 선임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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