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지나간 자리를 꼼꼼히 살핀다. 피상적 분석에 만족하지 않고 재난을 만든 관행과 대처를 폭넓게 조사한다. 유족의 한을 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무너진 안전 인프라를 재건하고 다시는 같은 참사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한때 재난마저도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믿었던 한국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2024년 1월9일 이태원참사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조사기구를 꾸려 이태원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다층적으로 조사하는 길이 열렸다. 유가족들이 1년 넘게 길거리에서 농성하고 오체투지를 해 얻어낸 결과다.
법을 반대한 여당 쪽은 ‘일련의 경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로 이미 진상규명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마저 거론한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그 특성상 재난 원인 규명보다 피의자 혐의 구성에 치중했고 그마저도 핵심 간부들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내리지 못하고 있다. 3개월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도 양당 신경전과 책임자 답변 회피로 원인 규명은 뒷전이었다.
희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참사도 2023년 12월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 주도로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민·관 합동조사는 지방자치단체 반대에 부딪혔고 입법운동은 시간적 한계가 있어 민간 진상 조사기구로 방향을 틀었다. 재난 조사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료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참사 전부터 축적된 관행과 참사 대처, 피해자 지원 필요성 등을 폭넓게 다룬다. 1월31일 1차 국민 보고를 앞두고 있다.
기구를 꾸렸어도 진상규명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활동 기간과 범위 등을 놓고 내내 여야 신경전에 시달려야 했고 정부 방해로 자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도 1년3개월이라는 활동 기간 내에 비슷한 여건을 돌파해야 하는 처지다. 오송 참사 진상조사위는 법적 권한이 없어 공무원과 공무자료 조사에 한계가 있다. 연구비도 처음 마련한 돈으론 지속하기 어려워 최근 시민 모금을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수사하면 (진상규명)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사는 재난의 구조적 이유를 밝혀주지도 않고 피해자 지원에 관심도 없다. 수사에만 모든 걸 맡겨둘 수 없는 이유다.” 이선영 오송참사시민대책위 간사가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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