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한겨레> 편집국 간부의 돈거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가 2023년 2월27일 공개한 보고서의 제목은 ‘한겨레 윤리는 어디서 실패했나’다. <한겨레21>은 언론학자들과 함께 ‘어디서 실패’했고, ‘어디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짚어보고자 했다. 2월23일 서울 공덕동 한 회의실에서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와 함께 이번 사건과 법조기자단, 저널리즘 윤리와 이해충돌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심석태 교수는 에스비에스(SBS) 기자 출신으로 법조팀장을 지냈고, 심영섭 교수는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해 50일가량 이번 사건을 깊이 들여다봤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최지향 교수는 뉴스 이용자와 언론의 신뢰 문제를 연구하는 언론학자다. 좌담 진행은 황예랑 <한겨레21> 편집장이 맡았다.
황예랑: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씨와 <한겨레> 등 언론사 간부들과의 돈거래 사실이 알려진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언론학자로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나.
심석태: 처음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봤다. 이 언론사 간부들이 김만배씨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그냥 동료 언론인이라고 생각했을까. 기자들에겐 언론사 동료 관계가 중요하다. 소속사를 떠나서 ‘동료 평가’(피어 리뷰)를 해주는 관계이기도 하고, 이 때문에 기자들은 언론계 내부 평판이나 시선을 의식해 데스크가 시킨다고 아무거나 쓰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법조팀에 있지만 기사를 쓰지 않는) 김만배라는 사람을 진짜 ‘동료 언론인’이라고 생각했는지가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다.
심영섭: 김만배씨와 그들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입할 때부터 만나서 각 사 법조팀장이 될 때까지 쭉 같이했다. 법조라는 출입처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그 와중에 정보가 독점되는 공간이기도 하니 그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 때문에 생각이 달라도 같이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김만배씨가 그들을 ‘후배’라고 정말 살뜰하게 챙기면서 되게 끈끈한 유대관계가 만들어졌다. ‘50억클럽’이나 화천대유에 기자 출신을 고문으로 앉힌 것도 다 그렇게 김씨가 미래의 어떤 가치에 투자한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던 모든 기자가 (문제가 된 이들처럼) 김만배씨와 그런 관계를 맺진 않았다. 그렇게 보면 이것도 개개인 ‘사람’의 문제일 수 있겠다.
최지향: 김만배씨가 어떻게 하다 법조기자들의 ‘형’이 됐는가, 이 부분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씨가 기사를 안 쓰는 기자라는 건 (법조기자들) 모두가 알고 있었고 ‘동료 평가’가 중요하다면 (일을) 잘하는 기자와 어울려야 하는데 김씨는 그렇지 않았다. <머니투데이>에서 김씨를 그 자리에 계속 둔 것은 오너의 법적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것 아니었나. 오래 있다보니 법조기자들의 ‘형’이 된 거고. 그런 점에서 저는 개인의 일탈 문제만이 아니라 언론계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본다.
황예랑: 이 사건이 언론계에 미친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이 사건 이후 언론계 내부의 자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있다.
심석태: 그 사건이 알려진 전후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언론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일반인이 ‘언론이 이렇게 윤리적이지 않다니’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냥 ‘사건’으로 지나갈 것 같다. 언론계 내부 자성이 있나? 없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는 논의로 끌어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지도 않고, <한겨레>만 빼고 다른 언론사들은 아주 간단한 약식조사만 하고 제대로 진상조사를 하지도 않았다.
심영섭: 주주, 후원회원 등 <한겨레> 독자에겐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문제다. ‘마지막으로 가졌던 <한겨레>에 대한 기대도 깨졌다’고 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다. <한겨레> 독자는 심각한 ‘위기’라 인식하지만, 일반인에겐 <한겨레>도 똑같은, 그저 그런 언론 중 하나라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건으로 생각된다.
최지향: 작게 보려면 정말 작은 사건이다. 누가 그렇게 9억원이나 돈을 빌려줄까 생각하면, 정말 예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사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으로 고치고 들자면 정말 큰 문제다. 어떤 위험신호나 징후일 수 있어서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위험신호를 알리는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 무시하고 달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한겨레>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계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칠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시민도, 언론도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걸 계기로 그냥 ‘언론윤리 강화하자’고만 하기보단,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지점을 짚어봤으면 한다. 그중 하나가 ‘이해충돌’ 문제다. 우리나라 언론이 이해충돌의 중요성을 느슨하게 인식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느슨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해충돌을 회피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황예랑: 이해충돌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한다. 한국 기자들의 윤리의식이나 이해충돌을 회피하려는 노력이 외국 언론에 비해 훨씬 더 희미한 것 아닌가.
심석태: (<한겨레> 간부의) 9억원 돈거래는 생활인으로도 너무나 간단한 문제다. 받으면 안 되는 돈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표면화했을 때, 그 전에는 동료한테 빌린 돈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순간부터 이해충돌의 문제가 된다. 그때 무조건 (회사에) 이야기했어야 한다. 2022년 3월 <동아일보>에서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바탕으로) ‘기자한테 아파트 사줬다’ 등의 발언을 보도했을 때 그냥 넘어간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순간들 때문에 개인적 일탈이라는 개별 사건의 특이성을 넘어서는, 언론계 내부 정서와 구조적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실수했더라도 그 뒤 충분히 재검토할 수 있었던 시점을 쭉 넘겨왔다. 그 부분이 심각한 거다.
심영섭: 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어디까지를 이해충돌로 봐야 하나, 토론을 많이 했다. 문제 중 하나는 <한겨레> 기자들이 내가 이걸 회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교육받거나 상담할 통로가 없었다는 거다. 아무리 좋은 윤리강령이 있더라도 결국은 개개인이 실천하는 의지가 중요한데,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지를 그냥 다 개인에게 맡겨놓았던 셈이다.
최지향: 언론계에서 취재윤리와 관련한 논의는 많았지만, 이해충돌은 기자라는 직업 자체를 규정하는 논리다. 보통 전문직이라고 하면 자격증을 따야 하고 나름의 윤리가 있다. 그런데 기자는 자격증이 없고 콘텐츠 윤리는 많이 이야기했지만 기자라는 직업의 밑바탕에 깔린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안 해왔다. 그러다보니 기자가 공적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하는 상황이 생긴다. 명백한 이해충돌뿐만 아니라 ‘잠재적’ 이해충돌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9억원을 빌렸다면 ‘저 사람이 나한테 무슨 의도로 9억원을 주지’라는 우려를 했어야 한다. 금품이 관련된 이해충돌은 오히려 명확하다. 어디까지를 이해충돌로 볼 것인가는 좀더 개별 사례를 공부해야 한다. 미국 기사 쓰기 교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나서 취재해도 되는가 아닌가 판단하라고 한다. ‘당신이 어떤 정치인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그 정치인을 취재해도 되는가’를 묻는 식이다. 한국에선 친척이 유명한 정치인이라고 하면, 기자를 정치부로 보낸다. 아버지가 기업 임원이라고 하면, 산업부로 보낸다. 우리는 오히려 그걸 자산이라고 여긴다. (이해충돌의 관점에서)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 될까 이런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심석태: 이번 사건이 터지자마자 기자들이 저한테 전화해서 물어본 게 “윤리강령에 위반되는 겁니까”였다. 직접적으로 이런 관계를 규정한 건 없으니까. ‘취재원에게 돈 받으면 안 된다’는 있지만, 타사 기자와 이런 관계를 가지면 안 된다, 이건 없다. (<한겨레>의 첫 보도로 알려졌지만) 1991년 보건사회부의 기자단 촌지 사건 이후 취재원한테 돈 받으면 안 되고 부당한 접대 받으면 안 된다, 이건 다 안다. 돈을 받으면 내가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행, 생활 하나하나를 어떻게 법이나 윤리강령으로 다 규정하나.
심영섭: 이번 사건을 보면서, 법조기자들도 본인이 검사, 판사에 준하는 지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본인도 그 정도 수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현직 검사들이 룸살롱에서 ‘라임 사태’ 핵심인물인 김봉현 회장의 접대를 받은 사건에서, 술값을 참석자 1인당으로 나눴더니 청탁금지법이 금지한 1회당 100만원이 안 된다며 검사들을 기소 안 한 사건 있지 않나. 신발 받고 돈 거래한 법조기자들도 인식 수준이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황예랑: 취재원과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출입처 중 하나가 법조계이다. 법조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검사의 입을 통해 듣지 않으면 공개된 정보 자체가 별로 없고, 검사와의 친밀도가 기자의 능력으로 여겨지는 몇 안 되는 출입처라는 ‘특수성’이 있다.(박영흠, ‘법조 뉴스 생산 관행 연구’, 2020년) 이런 법조기자단의 특수성이 김만배와 돈거래한 기자들이 생겨난 토양이 된 것 아닌가.
심영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제든지 제2, 제3의 김만배 그룹이 형성될 여지가 있는 곳이 법조기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석태: 전세계 어디를 가든 취재원하고 안면 트고 관계를 만들어보려 하는 건 똑같다. 기자가 마치 성직자처럼 아무도 안 만나고 공식회의나 자료 보고 데이터저널리즘만 할 수는 없다. 실질적 정보는 결국 사람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취재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브리핑하고 보도자료 내면 쓰자’ 이렇게 하자는 건 아니지 않나. 이 사건에서는 김만배라는 특이성을 잘 보아야 한다. 법조기자단이 무슨 음험한 거래가 벌어지는 곳인 것처럼 봐선 안 된다.
최지향: 기자는 공익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데, 어떤 경우엔 전문직이라는 생각보다 권력에 가까이 갈 수 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집단이라는 생각도 작용한 것 같다.
심석태: 현재 법조기자가 처한 현실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공소장, 판결문 공개도 잘 안 된다. 미국의 사법제도하에서는 누구를 체포해서 처벌하는 과정이 다 투명하게 공개된다. 법정에서 나온 증거서류나 이런 건 다 검색해서 볼 수 있다. 지금은 팩트 취재가 잘 안 되니 손톱만 한 팩트를 키워서 해석하는 ‘법조 정치부’가 돼 있지 않나. 인간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를 늘려야 한다. 판결문만 100% 공개해도 법원 재판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황예랑: 이번 사건과 ‘조국, 이재명 관련 보도를 편파적으로 했던 친검 기자들’을 연결 지으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심석태: 한국에서 제일 큰 문제가 정파성이다. 모든 윤리적 판단을 정파성에 따라서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SBS는 <한겨레>를 특정해서 안 썼지만, 다음날 조간에 <조선일보>는 ‘<한겨레>가 걸렸어?’ 그러면서 그 이름을 쓰는 거다. 윤리 문제까지 이렇게 정파적 대립 속에서 다룬다. 언론만이 아니라 언론 소비자까지 다 똑같은 패러다임에 빠져 있어서, 이해충돌이니 뭐니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그냥 자기 편이면 용서가 되고, 자기 편 아니면 나쁜 놈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최지향: 정파성이 정말 중요한 문제를 다 흐렸다고 생각하는데, 정파성이 이해충돌과 연결이 될 수도 있다. <가디언>의 미션은 ‘진보주의를 전세계에 전파한다’인데 그 지향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지금 한국 언론의 행태를 보면,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고 언론사가 정치적 입지나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정파성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사실 정파성 문제도 이해충돌 문제랑 연결이 안 된다고 볼 수 없다.
심영섭: <한겨레>를 창간할 때 밝혔던 민주주의, 진보의 가치를 실천하는 게 원칙이고 그 원칙을 실천하는 방법으로서의 정파성, 편향성이 있을 수 있는데 보통 정파성을 이야기할 때 그게 진보적 가치를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더라도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 가운데 이뤄져야 하는데 사익이 결부됐을 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게 법조기자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맞긴 하지만 그 법조기자단 출입 시스템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 출입하지 마라’가 제일 많은 제안이지만, 예를 들어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검찰, 피해자 양쪽 입장 모두 취재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 기자들이 윤리 규정을 준수하면서 폭넓게 취재해야 할 문제이지, 특정 출입처 출입을 취소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황예랑: 앞으로 <한겨레>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심영섭: <한겨레>의 경우엔 자사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은 이뤄져야 한다. 어느 순간 그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한겨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언론이 그런 것 같다. 기자들의 자긍심도 없고, 감시도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다시 회복하지 않는 이상 언론의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다. 최소한 ‘<한겨레> 기자는 깨끗해’라고 믿었던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있는데, 아직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더 많다. 그것에 대해 만약 답을 제공하지 못하면, 이제 진짜 ‘위기’가 아니라 ‘종말’로 가는 거다.
심석태: 정파성 측면에선, 일반 시민과 <한겨레> 후원회원, 주주, 열성 독자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진보적 가치를 저널리즘적인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추구하지 않으면 그건 저널리즘이 아닌 무엇, 정치집단이 돼버리는 거다. 윤리의 측면에선, 제가 언론사 돌아다니면서 윤리 교육을 했는데, 제대로 된 윤리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언론사는 없다. 남들 다 하니까 베껴서라도 규정을 만들어놓은 언론사는 많지만 그 규정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 누구한테 돈 받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쉽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데, 이해충돌만 해도 내 경우가 어떤 건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최지향: 언론에 대한 불신이 문제라고 하지만 저는 불신보다는 냉소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신뢰’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불신하는데, 냉소는 ‘그냥 썩었다’는 거다. 무관심보다는, 아무리 정파적이라고 해도 언론이 이 사회의 민주주의 기구라고 하는 기대가 있으니 절독과 항의 등의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언론이 자사 이득을 위해 정파성을 크게 이용한다면, 언론도 기업처럼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이번 사건을 무겁게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진상조사보고서를 낸 뒤에도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시걸 보고서’가 하나의 예다. 한 기자가 표절하고 거짓 조작 기사를 써서 문제가 됐을 때, ‘조작 기사 쓰지 말자’ 이렇게만 끝나는 게 아니라 100개 가까운 제안을 하지 않았나. 조직문화, 소통, 관계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짚었다. 익명 보도 하지 말자는 원칙도 이때 구체화했다. <한겨레>가 앞으로 뭘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한 이유다.
정리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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