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나와 자립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2022년 8월24일 아침 7시20분쯤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ㄱ(19)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ㄱ양은 ‘삶이 고달프다’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받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ㄱ양은 2021년 2월 보육원에서 퇴소해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개정 아동복지법 시행으로 보육시설 거주 가능 연령이 기존 만 18살에서 만 24살로 늘어났지만, ㄱ양은 홀로 사는 아버지를 걱정해 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8월18일에는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ㄴ(18)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린 시절 가정 문제로 보육원에 맡겨진 ㄴ군은 경기도의 한 보육시설에서 자라다가 고등학교 때 광주의 한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ㄴ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이 적혀 있었다. ㄴ군은 만 24살까지 기존 시설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신청해 보육원에서 생활해오다가, 대학에 합격한 2022년 초부터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2021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를 보면, 2021년 시설 퇴소 등으로 자립을 준비하게 된 청년은 2102명이다. 매년 2천~2500명의 보호종료 아동(청년)이 발생하는데,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립정착금은 지자체에 따라 500만~1천만원 정도 된다. 퇴소 뒤에는 5년간 월 35만원의 자립수당이 나오지만, 집도 가족도 없는 보호종료 아동에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립준비 청년을 위한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총괄하는 김성식 아름다운재단 팀장은 “재정적 지원이나 보호종료 연장 등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아이들의 보육 환경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가정에서 부모가 한두 명의 아이를 키워도 질문이 귀찮을 때가 있는데, 수많은 아이를 돌보는 보육원 선생님이나 한 사람당 100명 이상 아이를 관리하는 자립지원 담당자가 모든 아이와 유대관계를 깊이 쌓긴 어렵지 않겠냐”며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느꼈을 좌절감, 사회에 나와 보육원 출신이라고 밝혔을 때 받는 차별, 기댈 만한 사람이 없다는 문제 등 생애 전반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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