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장면. 넷플릭스
서울 고대구로병원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수련센터)가 2025년 2월28일 문을 닫는다. 2014년 문을 연 지 11년 만이다. 국내 1호이자 유일한 수련센터였다. 더는 이 나라에 수련센터가 없다는 얘기다. 마침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오징어게임’ 시즌2를 밀어내고 넷플릭스 글로벌 티브이(TV)쇼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오른 터이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기만 한 게 아니다. 더러 닮았지만, 못지않게 배반적이다.
중증외상센터가 드라마의 소재가 된 건 그 분야가 그만큼 열악한 ‘덕분’이기도 하다. 성형센터였다면 지원자부터 차고 넘쳤을 터이나, 알아주는 이 없고, 한없이 고되기만 하다. 외상 전문의 자격은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추가로 2년간 수련해야 얻을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는 그 명맥을 잇는 ‘산실’이었다. 수련센터에서 이윤이 창출될 리는 없다. 한 해 예산 9억원은 오롯이 정부가 대왔다.
2025년, 그 예산이 끊겼다. 사회를 유지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분야의 공적 투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살뜰히 삭감돼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정부 예산에서 수련센터 부문도 전액 삭감했다. 반전이 없지는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예산을 되살려냈다. 그러나 야당 우위의 국회는 의석수만큼 적극적이거나 민감하지 않았다. 증액 심의를 하지 않는 바람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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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전문의가 수련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지는 않다. 대한외상학회가 수련기관을 지정해 전문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외상 전문의 양성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그 산실이 사라진 후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다음달 수련센터에 들어가기로 했던 전문의 2명이 수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 백강혁(주지훈 분)이라 해도 후학 없이는 버티지 못할 터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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