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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뉴스] 인구 9만 명 작은 도시의 수소경제 도전

수소 통해 자립경제 키우는 완주군… “일자리 창출해 지역 인재 유출 막을 것”
등록 2022-01-29 11:07 수정 2022-01-31 02:21
2020년 문을 연 완주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량을 충전하는 모습. 박임근 기자

2020년 문을 연 완주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량을 충전하는 모습. 박임근 기자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먼저 대통령선거 후보 공약에 이를 포함하는 일이 중요하다. 수소경제 등 지역의 산적한 현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박성일 전북 완주군수가 2022년 1월3일 군청 브리핑룸을 찾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인 김성주 의원(전주을)과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비례) 등을 통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생산·저장·유통·활용 등 기반 구축

완주군은 2021년 말 기준 인구가 9만1142명(4만4020가구)이다. 인구 9만 명의 지역 소도시가 수소경제의 선도적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 수소가 미래 성장동력인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소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 조성사업, 강원도 삼척시의 소규모 수소어선 개발사업과 수소 생산시설 구축, 강원도 동해시의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육성 등이다.

수년 전부터 완주군은 수소경제 기틀을 마련해가고 있다. 송민호 완주군 수소산업정책관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과 경기도로 떠나는 형편이다. 수소를 통한 신산업을 육성해 지역 인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고, 오히려 수도권 인력이 지방으로 유입되도록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주에는 수소 버스·트럭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수소 저장용기를 만드는 일진하이솔루스, 수소를 생산하는 한솔케미칼, 수소 지게차용 연료전지를 만드는 가온셀 등 약 40곳의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해 있다. 신성장 동력인 수소산업의 전주기(생산·저장·유통·활용)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2019년 12월, 완주군과 전주시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수소시범도시에 경기도 안산시, 울산광역시와 함께 뽑혔다. 완주군은 수소 생산공장·광역공급 기지로, 인접한 전주시는 수소 이용 도시로 지자체 간 상생협력 모델로 발전시켜나갈 방침이다.

2020년 6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주변 완주군 봉동읍 둔산리에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완주 수소충전소는 전국 최대 규모의 용량을 갖췄다. 충전 규모는 하루 1100㎏으로, 넥쏘 승용차 220대 또는 버스·트럭 36대 분량이다. 그동안 월평균 1167건가량의 실적을 보였다. 전북도가 출연해 만든 전북테크노파크가 운영한다.

2022년 착공 예정인 전북 완주군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의 조감도. 완주군 제공

2022년 착공 예정인 전북 완주군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의 조감도. 완주군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 설치

이곳의 한 직원은 “평일 하루에 자동차 70~80대가 충전한다. 주말에는 90여 대가 다녀간다”고 말했다. 수소는 가격이 현재 1㎏에 8800원으로 경유보다 조금 싼 수준이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더 경제성이 있다. 수소 1㎏으로 넥쏘 차량이 약 100㎞를 달린다. 아직 초창기 사업이라 2021년 약 3억4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충전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군이 연 2억5천만원을 지원한다. 2025년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완주군은 내다보고 있다.

수소 차량 운전자 안영래(53)씨는 “이곳은 대기 차량이 없어 빠른 충전이 가능하니 전주에서 여기까지 일부러 왔다. 1년 정도 수소차량을 이용했는데 연료값이 경유차보다 싸고 연비도 괜찮다.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현실에서 오염원을 배출하지 않으니 환경에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군은 수소 관련 3개 기관을 유치해 속도를 내고 있다. 100㎾ 이하 연료전지를 인증하는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한국가스안전공사), 100㎾ 초과 연료전지를 인증하는 ‘에너지저장장치 안전성평가센터’(한국전기안전공사),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인증기준 마련 역할을 수행하는 ‘사용후 연료전지 사업화지원센터’를 유치했다. 3개 기관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인증도시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했다. 센터 건립을 위해 2021년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나머지 한 곳도 주무기관이 결정되는 대로 2022년 안에 착공에 들어간다.

3개 기관의 직접 일자리 창출은 2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주민 박창규(58)씨는 “수소산업과 관련한 기업과 연구소가 완주에 집적해 있어 지역민의 여망이 크다. 자식을 둔 어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일자리 창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인 소준노 우석대 교수는 “수소경제라는 미래 기반이 지역 중소도시에 구축되면 산업을 통한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수소 생산·저장·유통·활용이라는 전주기 구축사업과 지속적 업그레이드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 교수는 “수소 관련 신산업과 연구개발(R&D)을 통한 지역대학의 다각적인 혁신은 지역대학에 활로를 주고 청년세대 유입과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개 기관 유치해 수소전지 인증도시 도전

박성일 완주군수는 “인증 관련 센터를 유치했으니 기업이 여기로 몰려오면 기업들을 담을 그릇인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야 하므로 이번 대선 공약에 수소특화 국가산단이 포함돼야 한다. 특히 수소산업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과 경쟁하려면 그린수소를 생산할 새만금 지역과 연계해 서해안권 전초기지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2021년 12월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는 완주군이 기업 유치와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현황을 소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전북은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가 지속 감소하는 등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지만, 완주군은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2018년 기준 5074만원으로 전북 평균(2075만원)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서울(4366만원), 울산(6379만 원), 충남(5301만원)을 제외한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높은 수치다.

완주=박임근 <한겨레>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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