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을 보라, ‘검수완박’이 최선인가

2026년 7월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이후 각종 시사 프로그램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당청 갈등이다. ‘문조털래유’니 ‘촉법평론가’니 온갖 자극적인 말잔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뉴스에서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보완수사권’일 것이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2022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거쳐, 2025년 9월 국회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026년 3월에는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까지 처리했다. 지난한 과정을 지나 78년 만에 검찰 조직 자체를 해체하는 사법개혁의 골격이 완성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등 개별 수사권한의 존폐는 형사소송법 개정이라는 별도 절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청 갈등 혹은 더불어민주당 내 노선 투쟁이 폭발한 것도 바로 이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소한의 예외”를 언급하며 실용적 입장을 취했다면,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선명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2026년 6월25일 김민석 당시 총리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발표하면서 갈등 양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정부가 관련 법안 제출을 국회에 일임한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론’과 ‘예외적 존치론’이 맞서고 있다. 2026년 10월 공소청·중수청 출범 전까지 이 마지막 퍼즐들이 어떻게 맞춰질지가 이번 검찰개혁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무엇보다 ‘국민을 보호하는 법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느냐 아니냐로 판가름 날 터다.
그렇다. 검찰개혁에 찬성한다는 전제 위에, 이제 ‘국민을 보호하는 법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자. 명색이 시사덕후이다보니, 오만 시사 프로의 삼라만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는다. ‘검수완박’에 대한 이쪽 입장, 저쪽 입장도 다 들었다. 그러던 중 귀에 꽂히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한동안 애청했던 팟캐스트에서 업로드한 ‘보완수사권 폐지가 의견이었다는 관료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던 중이었다. 방송은 위에서 언급한 김민석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비평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에서 진행자와 법률 전문가 패널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패널: 보완하면 약간 다듬는 건가? 그 정도가 (…) 생각나잖아요 (…)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 왜냐면,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 최근에 정의당 입장으로 나왔던데, 경찰의 부실 수사, 암장 수사, 피해자는 어떻게 지킬 거냐, 이런 얘길 해요.
진행자: ‘조선일보’ 레토릭을 그대로 따르고 있더군요.
패널: 여성단체도 마찬가지고요. 그분들이 말하는 보완수사는 내가 피해자로서 고소를 한 가해자가 무혐의를 받았을 때,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서 유죄를 만들려는 수사를 말해요. 맥락이 달라요. (보완수사는) 유죄를 유죄로 만드는 수사가 아니에요. 무죄 혐의를 유죄로 만드는 수사를 하고 싶은 거예요. (…)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기소유예로 올라와도 무혐의로 만들 수 있는 수사예요. 결국 2차 수사예요.
‘조선일보’ 언급에서 나는 멈칫했다. 한 나라의 사법체계를 다 뒤집어엎는 변화의 한가운데서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해도 괜찮은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조차? 모든 걸 ‘남한 시사 유니버스’ 안의 진영 논리로만 읽으면, 현실이 왜곡돼버린다. 보완수사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그렇게 단순하게 ‘조선일보’ 레토릭이라는 말로 싸잡힐 수 없다.
예컨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여성단체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다. 전성협은 2025년 9월 한 차례 ‘검찰개혁(안)’에 대한 우려의 의견을 발표했고, 2026년 6월26일 “‘검찰개혁’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개악(改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전성협은 전국 9개 권역, 134개 성폭력 상담소가 연대하는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로, 1995년 그 모태가 되는 활동이 시작되어 2011년 정식 출범했다. 이들의 입장문은 지난 30년간 매일같이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피해 사실을 듣고 고통을 나누며 법적 싸움을 도와온 현장 활동가들의 누적된 경험과 데이터, 전문지식으로부터 나왔다. 단순히 힘 있는 언론의 논리를 따라 반복하는 탁상공론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물론 전성협의 의견이 귀담아들을 만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입장문 내용을 봐야 한다. 2025년 9월5일 발표된 의견서를 살펴보자. 2026년 6월 발표한 입장문 역시 이 의견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의견서는 지금의 검찰개혁안이 형사사건의 99%를 차지하는 민생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체 형사사건 중 검찰개혁 논의의 근거가 된 정치인 대상 권력형 범죄 등은 0.7%에 불과한데, 개혁의 여파는 오히려 절대다수인 민생사건에 집중되고, 성폭력 사건의 처리 역시 그 폐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수사 지연과 2차 가해가 심화된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박탈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우선 지역에 따라 경찰 수사 역량에 편차가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서울지역에서는 여성청소년과에서 경사 이상 수사관이 사건을 담당하지만, 지역 경찰서에서는 수사 경력이 거의 없는 순경급 수사관이 피해자를 조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성범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2차 가해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유착-지인 관계로 인한 수사 공정성 훼손, 수사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같은 팀 옆자리 경찰관에게 사건이 재배정되는 관행 등 현장의 문제는 산적해 있다. 경찰 인력난과 검경 간 책임 회피로 전체 사건 처리 기간이 한정 없이 늘어나는 일도 다반사다. 수사권 조정 전 142일이었던 사건 처리 기간은 조정 후 312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공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했던 사례 역시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여죄나 추가 피해자가 밝혀질 수도 있다. 까다로운 성범죄 사건들에서 진술 신빙성을 뒷받침할 정황증거 확보, 여죄나 추가 피해자 확인, 경합범죄에 대한 종합적 검토 등은 기소와 공판을 준비하는 검찰의 보완수사·직접수사가 있어야 가능했다.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은 전성협의 문제 제기가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경찰관으로, 장윤기 체포 직후 그와 통화한 뒤에 그의 집에 들어가 특정 신체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을 포함해 여러 증거물을 수거, 폐기했다. 이 통화를 주선하고 장윤기의 아버지가 증거를 인멸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건 모두 동료 경찰관들이었다. 이 밖에도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정황이 계속 드러나는 중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검찰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데도 ‘검수완박’을 외치는 정치인들은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에 대해 한마디하면 득달같이 받아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 2026년 7월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소송의 가치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법절차의 원칙을 통한 인권 보장’, 그리고 ‘피해자 보호’에 있다. 이 원칙들의 조화로운 실현을 위해서는 각 사법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사법통제가 중요하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어느 한 기관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든 단계에서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무조건 거악”이라는 프레임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앞의 방송에서 법률 전문가는 여성단체가 말하는 보완수사와 검찰 쪽이 말하는 보완수사가 서로 “맥락이 다르다”고 말한다. 여성단체는 “유죄를 유죄로 만드는 수사”를 원하지만 검찰권력이 원하는 건 “무죄를 유죄로 만들거나, 유죄를 무죄로 만들려는 수사”라는 것이다. 이게 맞는 설명인가?
보완수사권은 말 그대로 보완수사를 할 권한이다. 앞 법률 전문가의 말에 등장하는 ‘여성단체용 보완수사’와 ‘검찰용 보완수사’의 차이는 ‘절차적 실체’가 아니라 ‘추정된 동기’일 뿐이다. 즉, 법률 전문가는 보완수사권이라는 제도를 설명한 게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불신을 제도 설명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런 뒤틀기 안에서 정작 필요한 논의는 실종된다. 형사사건 0.7%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99%를 해결하는 방법이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민생사건에서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전성협은 강조한다. “성폭력 피해자 등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하는 것은 경찰, 검찰, 재판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리하여 ‘여성단체’는 보완수사권의 전면 폐지보다는 검경의 상호협력, 상호보완, 상호견제가 가능한 제도를 설계하자고 요청한다. 경찰의 인력·예산·영장청구권 등 수사 역량 보강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검찰개혁의 목표가 권한 통제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진실 규명은 물론이거니와 피해자가 겪는 사건 지연과 2차 가해 같은 실제적인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이 의견서의 핵심 주장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걸 ‘조선일보 레토릭’이라 해선 안 된다.
손희정 시사덕후·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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