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일자리 행사에 참석한 구직자.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며칠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글 하나가 화제다. 한 노년 여성의 황혼이혼 이후 취업 분투기를 담은 논픽션(‘실버 취준생 분투기’)으로, 2021년 매일 시니어문학상 당선작이다. 그의 글을 접한 사람들은 다들 읽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작가인 이순자씨는 62살부터 65살까지 이력서를 들고 수많은 일자리에서 노동했던 경험을 글에 녹였다.
글은 한산한 취업창구의 문을 두드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글쓰기를 가르칠 수도 있고, 어린이집 운영 경험이 있어 돌봄노동도 가능하며,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20년 넘게 해서 환자 돌보는 것도 가능할 뿐 아니라 미술, 문학, 음악 상담 쪽으로 1급 자격증이 다 있어 상담치료도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경력과 실력은 나이 앞에서 무용하다. 그는 담당자 권유로 이력서를 빼곡히 메웠던 글자들을 다 지우고 그의 인생 경험을 ‘중졸’ 두 글자로 갈음한다. 노인 개인의 적성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취업률’ 통계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정책의 모순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의 글에서 드러나는 노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분투’가 이어진다. 단순노동과 미화노동은 물리적으로 힘에 부쳐 오래 할 수 없고, 아이들의 급식을 만드는 일은 원장의 잘못된 지시를 따를 수 없어 그만둔다. 아기 돌봄을 하다 아이의 할머니인 같은 노년 여성에게 ‘박카스 할머니(노년 성판매 여성)가 되느니 우리 집 일이 낫지 않냐’는 폭언을 듣고 자살 시도도 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돌봄노동을 하던 중 성추행당하기도 한다.
열심히 살수록 자리는 좁아져간다. 결국 작가는 기초수급자가 된다. 그럼에도 그는 말한다. “기초수급자가 되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글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2021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노년 여성의 현실을 더없이 생생히 담아낸 글이다. 게다가 촘촘한 묘사에서 느껴지는 작가만의 글맛은 몇천 자를 훌쩍 넘는 글을 후루룩 읽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순자 작가는 2021년 8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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