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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오는 소리 = 택배기사 우는 소리?

등록 2021-06-19 08:59 수정 2021-06-20 01:53
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겨레 김명진 기자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낙을 만들어주는 ‘택배’. 하지만 택배를 우리 집 앞에 가져다주느라 과로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택배기사다. 2020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 10명 중 9명이 추석 연휴처럼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성수기 기준 하루 10시간 넘게 근무한다고 한다. 성수기가 아닐 때도 주중에 쉬는 날이 하루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인데다, 식사 시간은 30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진료나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일할 시간이 부족하고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사고 등이 이유라고 해도 배송이 지연되면 평점이 내려가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다쳐도 쉬지 못하는 택배기사가 많은 것이 조사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까대기’로 불리는 분류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따로 고용하지 않아, 이 역시 운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 몫이 되면서 업무 강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택배기사들은 여러 차례 상황 개선을 요구하다 결국 6월9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6월15일 서울 여의도 대규모 집회는 1박2일 노숙농성으로 이어졌다.

여당과 정부의 중재로 열린 릴레이회의 끝에 택배업계 노사가 6월16일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2022년부터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을 하지 않고, 노동시간은 주 평균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분류 작업의 경우 사 쪽은 1년 유예를, 노동자 쪽은 즉시 시행을 요구한 데서 한 발씩 물러나 2022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합의했다. 작업시간을 줄이는 문제에서는 택배노조 쪽이 물러섰다. 최대 작업시간은 하루 12시간, 주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만일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넘길 경우 영업점과 택배기사가 물량과 구역 조정을 하는 것으로 약속됐다. 이번 합의로 씨제이(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민간 택배사 소속 조합원들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택배노조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우체국 택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이후 추가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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