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에서 성폭력 범죄 발생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도 연이어 드러났다. 2021년 3월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이아무개 중사가 5월22일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이 중사는 3월 선임 장아무개 중사로부터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저녁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코로나19로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시기, 업무와는 무관한 술자리였다.
회식이 끝나고 차를 타고 돌아오던 길 이 중사는 장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차 앞자리에선 이 중사 후임이 운전 중이었다. 이 중사는 바로 차에서 내려 상관에게 신고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가해자는 관사까지 쫓아와 “신고할 테면 해보라”고 비아냥댔다. 회식을 주도한 상사는 “없던 일로 하라”며 합의를 종용했다. 가해자 장 중사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어 장 중사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롭게 전역하게 해달라”며 피해자를 압박했다. 이 중사는 사건 발생 이틀 뒤 청원 휴가를 냈고, 2주 뒤 다른 근무지로 옮겼으나 2차 가해는 멈춰지지 않았다. 이 중사는 새 부대 출근 나흘 만에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다. 자신의 마지막 모습과 그간의 고통은 휴대전화 영상으로 남겼다. 피해자 유족은 “피해 신고 뒤 무마 시도와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건 발생 석 달여 만인 6월3일에야 가해자 장 중사가 구속됐다. 하지만 공군이 이 중사 죽음을 국방부에 ‘단순 변사’로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군은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한 수사와 공군 내 지휘 라인 점검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공군 내 다른 부대에서 남성 부사관에 의한 불법촬영 성범죄 발생 사실이 추가로 폭로됐다. 여군뿐 아니라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최소 10여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의 폭로를 도운 군인권센터는, 이 중사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전역이 얼마 안 남았다”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 등 2차 가해성 발언을 군사경찰들이 했다고 전했다. 군내 구조적 개혁은 가능할까. 답은 군이 알고 있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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